[코로나發 금융 양극화②] 저금리 유혹에 건넨 계좌, 보이스피싱 대포통장으로

입력 2021-03-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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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3-18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작업대출에 고통받는 서민

서류 조작에 은행에서 돈 빌려
대출 과정서 피싱 인출책 누명
금융 회사 취업땐 불이익까지

▲경기도 시흥시에 걸린 ‘자영업자 저금리대출’ 현수막. 해당 번호로 연락하면 ‘원하는 대출금액’을 요청하고, 잠시 후에 다른 번호로 연락을 준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번호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한다.
▲경기도 시흥시에 걸린 ‘자영업자 저금리대출’ 현수막. 해당 번호로 연락하면 ‘원하는 대출금액’을 요청하고, 잠시 후에 다른 번호로 연락을 준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번호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한다.

‘작업대출’의 피해자는 온전히 피해자임을 인정받지 못한다. 여타 사기범죄 피해자와 다른 점이다. 우리 사회는 작업대출 피해자를 작업대출 가담자로 본다. 이 때문에 서류를 위조한 작업대출업자뿐만 아니라 이 허위 서류를 금융기관에 제출한 사람 역시 공범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이른바 ‘꾼’들은 피해자도 모르게 이들의 통장으로 또 다른 범죄 수익을 챙긴다. 피해자의 통장을 이용해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돈을 받는 게 대표적이다. 이렇게 피해자는 자신도 모르는 새 보이스피싱의 가해자가 된다. 여기에 작업대출 피해자는 금융사 취업은 물론 금융 서비스 역시 받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린다.

◇“제가 보이스피싱 조직이라고요?” = 자영업자 박대출(가명) 씨는 경찰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지목돼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제야 박 씨는 최근 받은 작업대출이 잘못됐음을 인지했다.

경찰에서 전화가 오기 며칠 전 박 씨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는 말에 혹해 작업 대출을 받았다. 제2금융권에서 20% 가까운 금리로 대출을 해야 하는 박 씨에게 작업대출업자가 내건 5%의 금리는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작업대출업자는 서류 조작을 통해 박 씨를 금융업 종사자로 만들어 은행에 대출을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대출업자는 박 씨에게 “은행에 직장인처럼 보이게 급여 내역을 만들어야 한다”며 박 씨의 통장에 110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러곤 박 씨에게 이 돈을 현금인출기에서 뽑아 자신의 직원한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박 씨가 급여 내역을 조작하기 위해 받은 1100만 원은 급여 내역을 조작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갈취한 돈으로, 작업대출업자가 박 씨의 통장을 거쳐 출금해 간 것이다. 이 때문에 박 씨는 경찰로부터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지목받았다.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 매체(여기서는 통장)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ㆍ전달ㆍ유통하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출 이자를 아끼고자 했던 박 씨는 작업대출 때문에 졸지에 보이스피싱 인출책이라는 오해를 받고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취업도 어렵다니요” =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대학생 이허위(가명) 씨는 금융권의 문을 두드렸지만 소득 증명이 되지 않아 번번이 좌절했다. 이 씨는 결국 작업대출업자에게 연락했다. 작업대출업자는 이 씨에게 이 씨가 ㄱ회사에 다니며 급여를 받는 것처럼 위조한 예금입출금내역서, 재직증명서 등을 건넸다. 이 씨는 작업대출업자가 만든 허위 서류로 2개의 저축은행에서 각각 1280만 원, 600만 원 등 총 1880만 원을 대출했다. 그는 작업대출업자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30%인 564만 원을 건넸다.

이 씨처럼 대출할 때 허위 또는 위ㆍ변조된 자료를 금융사에 제출하면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재된다. 금융질서문란행위자란 부정한 방법으로 대출을 받거나 거래 약정을 체결하는 등 금융 거래 질서를 문란하게 한 사람을 뜻한다. 법원에서 위조된 서류로 대출을 받은 것이 확정되면 신용정보원 전산망에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되는데 이는 전 금융권에서 공유돼 금융 회사 취업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 씨는 당장 돈을 융통하기 위해 작업대출에 손을 댔지만 그의 실질적인 경제 부담은 더 가중됐다. 작업대출업자에게 준 수수료를 빼면 이 씨의 손에 쥐어진 돈은 1316만 원인데 이 돈에 대한 이자는 1017만 원이다. 갚아야 할 원금까지 생각하면 이 씨에게 작업대출은 인생 최악의 수가 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회사 대출 전에 서민금융진흥원의 햇살론 등 공적 지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작업대출 점검 과정에서 습득한 작업대출의 특징과 적출 방법은 업계와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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