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떼고 한판 붙자” 식품사 vs 유통사, 2조 생수시장서 '물 전쟁'

입력 2021-03-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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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3-09 16: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투명 페트평 분리 배출이 의무화되고, 7월부터 ‘비닐ㆍ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가 시행되면서 때 아닌 ‘물 전쟁’이 한창이다.

국내 생수 시장은 '삼다수', '백산수' 등의 브랜드가 시장을 석권해왔지만 라벨을 없앤 생수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브랜드 차별화가 사실상 어려워지게 됐다. 빈틈을 노리고 대형마트와 편의점, 이커머스까지 유통업계는 가성비를 높인 무라벨 PB 생수로 틈새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4년 6849억 원 규모였던 국내 생수 시장은 지난해 1조 5460억 원으로 불었다. 업계에서는 2023년 시장 규모가 2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2조 규모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유통기업과 제조기업 간의 쫓고 쫓기는 경쟁이 시작됐다.

무라벨 생수 시대 '활짝'…유통업계 PB 출시 ‘봇물’

11번가는 비닐 포장재가 없는 무라벨 생수 ‘올스탠다드(All Standard)’ 샘물’을 출시한다고 9일 밝혔다. 이커머스 중에서는 무라벨 생수 출시는 처음이다. ‘올스탠다드 샘물’은 환경을 위해 페트병에 부착된 라벨을 없애 비닐 폐기물 배출량을 줄이면서 페트병 재활용 효율을 높였다. 소비자들도 비닐 라벨 제거 작업이 필요 없어 페트병 분리배출이 훨씬 간편해졌다.

(사진제공=11번가)
(사진제공=11번가)
11번가 관계자는 “지난 1월 ‘무라벨 생수 순창샘물’을 출시한 로터스와 함께 상품 개발부터 제조와 유통, 판매, 마케팅을 기획해 제조사 공동기획 브랜드로 ‘올스탠다드 샘물’을 선보였다”면서 “기존 라벨에 명시돼 있던 상품명, 의무표시사항 등은 생수 뚜껑이나묶음 포장재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롯데마트는 1월 녹색 소비 트렌드에 따라 무라벨 PB 생수 '초이스엘 세이브워터 ECO'를 출시했다. 롯데마트는 올 상반기 내에 PB(자체상표) 생수 전 품목을 무라벨 생수로 전환할 계획이다.

편의점 CU도 2월 ‘HEYROO 미네랄워터 500㎖’ 상품 전면에 부착되던 라벨을 제거하고 올해 1분기 내 PB생수 전 상품에 무라벨 투명 페트병을 적용하기로 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도 지난달 생수 중 판매율이 가장 높은 ‘유어스DMZ 맑은샘물 번들’에 적용하던 라벨을 없앴다.

(사진제공=BGF리테일)
(사진제공=BGF리테일)

삼다수·백산수·아이시스 생수 빅3 구도 깨질까?

기존 생수 제조업체들은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생수 시장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제조사들로서는 유통채널들의 무라벨 생수 공세에 자칫하면 일정 파이를 뺏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이 무라벨 생수를 전면 도입했다가는 유통사들의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수십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생수는 맛의 구분이 어려워 제품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품으로 비교적 시장 진입 허들이 낮은 품목이기도 하다. 특히 새로운 경쟁자인 유통업체들은 유통망뿐 아니라 강력한 가성비까지 갖춰 만만치 않은 상대다.

수산식품유통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생수를 구입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요소는 ‘가격’으로 50%에 육박한다. 11번가의 무라벨 생수는 2ℓX6입 당 3300원이며, 롯데마트의 ‘초이스엘세이브워터 ECO’는 2700원으로 더 싸다. 기존 생수 제조사 제품이 5000~6000원(2ℓX6입)대 인 것과 비교하면 반값에 불과하다.

특히 생수 1, 3위인 제주 삼다수와 농심 백산수는 각각 수원지가 제주 조천읍과 백두산 인근으로, 물류 비용이 많이 든다. 이에 비해 롯데마트 생수는 수원지가 경기 연천으로 관계사인 백학음료가 생산을 맡았고, 11번가의 수원지는 전북 순창 내장산으로 다 내륙에 위치해 있다.

시장의 관심은 유통업체의 무라벨 생수 공세로 국내 생수 시장에 판도 변화가 생길지다. 국내 생수 시장은 제주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가 40%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14%)와 농심 백산수(9%)가 뒤를 잇는다. PB제품은 전체의 12% 수준이다.

제조사 ‘무라벨 생수’ 전면 확대는 ‘아직’…'브랜드 부각' 방안 강구

제조사들도 속속 무라벨 생수를 내놓긴 하지만 아직 전면적인 확대는 아니다. 우선 자사몰 등에서 소비자 반응을 살피면서 무라벨 생수에도 핵심 경쟁력인 브랜드 인지도를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을 고심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는 상반기 중 무라벨 ‘제주삼다수 그린 에디션'(가칭) 출시를 위한 시설 구축을 완료하고, 6월부터 2ℓ제품 1억 병을 출시하기로 했다. 다만, 자사몰의 가정 배송에 한해 판매를 시작한후 차차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심도 무라벨 백산수를 2ℓ와 0.5ℓ 제품에 적용하되, 가정 배송과 온라인몰 판매부터 시작한다. 무라벨 제품은 페트병에 제품명을 음각으로 새겨 넣어 간결한 디자인으로 만들 예정이다. 2ℓ 제품은6월부터 경량화를 적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4%를 절감할 방침이다.

국내에서 무라벨 생수에 가장 먼저 도전한 업체는 롯데칠성음료로, 지난해 1월부터 ‘아이시스 ECO’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작년 한해 1010만 개가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절감된 라벨을 가로로 이어붙이면 총 3020㎞로, 서울~부산(직선거리 325㎞)을 약 9번 이동할 수 있는 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생수 병에 음각이나 양각으로 디자인해서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면서 “브랜드 차별화 수단이 줄어들어 아쉽지만, 환경보호가 소비자 니즈인 만큼 그 방향에 맞춰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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