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우리도 '좋은 집'에 살고 싶다

입력 2021-0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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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내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한 방안을 설 명절 전에 발표하겠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말 취임식에서 한 약속이다. 변 장관의 약속은 '2·4 주택 공급 대책'으로 돌아왔다. 현 정부 들어 최대 규모의 공급 물량을 제시한 이번 대책을 놓고 정부는 '역대급' 대책이라며 자화자찬한다. 전국에 86만여 가구를 공급하겠는 '물량 폭탄'을 고려하면 일정 부분 수긍할 만하다.

그런데 과연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겠는 약속은 지켜진 것일까. 시장에서는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저렴'한 주택이 공급될지는 몰라도 '질 좋은' 주택이 공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충분한' 공급이 될 지도 미지수라고 말한다.

이번 대책의 구체적인 명칭은 '공공 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 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이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대책의 핵심은 '공공'이다. 실제 이번 대책을 살펴보자. 공공 주도 하에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를 고밀 개발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추진과 공공기관이 토지주로부터 토지를 수용해 직접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도입이 핵심 방안이다.

여기서 문제는 '공공'이다. 일단 공공 주도 사업의 실현 가능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다. 사업을 주도하게 될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주택 관련 전문성을 지녔다고는 하나 이들은 주로 신규 택지 개발이나 임대주택 사업을 해왔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하더라도 공공기관이 토지주·조합원 등 구성원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민간 정비사업 사업을 이끌어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LH가 가리봉동 개발 등에서 재정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이 좌초됐던 사례만 생각해도 사업 진행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공'이란 단어 자체에 알레르기 수준의 반응을 보이는 조합원들의 반발까지 고려하면 정부가 제시한 공급 목표량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설사 사업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공공이 민간이 원하는 수준의 '질'을 맞출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다. 역세권이나 저층 주거지 개발의 경우 밀도를 확 높여 집을 더 많이 짓자는 것이 주 내용인데, 이 경우 '질 나쁜' 주택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땅 면적은 그대로인데 고밀 개발로 사는 사람은 2~3배 늘어나게 된다. 이는 곧 교통, 의료, 학교 등 인프라 부족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이 공급으로 돌아선 것은 반길 만한 일이나 이같은 공급 확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가 이뤄질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실제 정부의 집중 포화 속에도 강남 등 서울 집값이 좀처럼 꺽이지 않았던 것은 단순히 서울에 집이 부족해서만은 아니었다. 서울의 우수한 직주근접성과 교육 수준, 의료 서비스 품질 등 주거 인프라가 중요했다. 때문에 서울로, 강남으로 수요자가 몰렸던 것이다.

정권 초부터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던 것이 이번 정부다. 정부가 보장했던 것은 단순한 주거 공간의 숫적 증가는 아니었을 것이다. 주거의 안정이라는 목표 안에는 주거의 질 향상도 고려됐던 부분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충분한 공급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 아래 주거 지역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정책에서 주거의 질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숫자도 중요하나 좋은 집에서 잘 살고 싶다는 서민들의 목소리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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