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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 느껴”…창작자들이 새 저작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

입력 2021-01-27 09:42 수정 2021-01-27 12:38

제2의 구름빵 막는다는 '저작권법전부개정안'…관련 업계 거센 반대
경미한 저작권 침해 형사 처벌 제외하는 내용 담겨
창작자 "물건은 하나만 훔쳐도 절도죄, 왜 저작권은 아니냐?"

▲창작물이 온라인 공간에서 한번 불법 유통되면 끝도 없이 떠돌아 다니며 창작자의 수익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창작자들이 저작권 침해를 경미하게 여기지 않는 이유다. 사진은 한 온라인 플랫폼의 웹소설 화면으로 기사의 내용과 관계 없음. (안유리 기자 inglass@)
▲창작물이 온라인 공간에서 한번 불법 유통되면 끝도 없이 떠돌아 다니며 창작자의 수익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창작자들이 저작권 침해를 경미하게 여기지 않는 이유다. 사진은 한 온라인 플랫폼의 웹소설 화면으로 기사의 내용과 관계 없음. (안유리 기자 inglass@)

"100만 원 이하 피해를 형사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건 '도둑질당한 게 값싼 거니 그냥 네가 참아'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 9년 차 웹소설 작가 S 씨

15일 발의된 저작권법 전부 개정안(의안번호7440·도종환 의원 대표 발의)의 일부 내용에 콘텐츠 창작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창작자들이 지적하는 건 경미한 저작권 처벌에 형사 처벌을 제외한 조항(제205조)이다.

경미함의 판단은 상습인지 아닌지와 피해 금액 100만 원이 기준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조항이 현재 만연한 콘텐츠 불법 공유를 바로잡기는커녕 방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작권법 개정안은 변화된 창작 환경을 반영해 관련 제도를 수정·보완하고자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의 개정안 제출 이후 공청회 등 여러 논의를 거쳐 발의됐다.

개정안에는 경미한 저작권 침해는 형사처벌을 제외하는 내용과 함께 조정 우선주의 도입, 제2의 구름빵 사태를 막기 위한 '추가 보상 청구권'과 업무상 저작물의 창작 기여자 표시 의무 제도가 담겼다.

"합의금 장사는 극히 일부, 대부분 증거 찾기 어려워 신고조차 못 해"

경미한 저작권 처벌의 형사 처벌을 제외한 취지는 일부 저작권자의 '합의금 장사'를 막기 위함이다. 조정 우선주의를 도입해 형사 처벌을 축소하고 민사 구제를 활성화하려는 입법 취지와 맥을 같이 한다. 대신 개정안에는 '배수제'를 도입해 배상액을 실제 손해액의 3배 범위에서 증액할 수 있도록 했다.

불법 저작물로 피해가 큰 웹툰·웹소설 업계는 이 조항에 크게 반대하고 있다. 일부 작가들은 법안의 윤곽이 드러난 지난해 11월부터 줄곧 반대 의사를 밝혔다.

9년 차 웹소설 작가 S 씨는 "개정안을 읽으며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느꼈다"며 "작가들이 바라는 건 손해배상금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작품을 도둑맞지 않고 도둑질한 사람이 제대로 처벌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법 콘텐츠 공유는 증거를 찾기 어려워 저작권 침해자를 찾기 쉽지 않고, 범인을 잡더라도 피해 금액 산정이 쉽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불법 콘텐츠 공유는 증거를 찾기 어려워 저작권 침해자를 찾기 쉽지 않고, 범인을 잡더라도 피해 금액 산정이 쉽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법무법인 마스트 김종휘 변호사는 “악의적인 합의금 장사는 2018년부터 법무부 지침으로 사실상 불가한데 100만 원으로 피해를 제한하면 고소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정 우선주의 도입 법안 역시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종휘 변호사는 "조정 제도 활성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개정안에 따라) 조정 위원이 직권으로 결정을 내리면 고소인이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후에 고소를 못 한다. 이런 위험이 있으니 앞으로 창작자는 조정 신청을 더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박성식 교수는 "고소권 남용 사례는 대부분 시장 지배력이 큰 소프트웨어의 경우"라며 "문화·예술계의 저작권 침해는 대부분 예술가 개인이 약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도종환 의원실은 "영리 또는 상습적 침해라면 피해 금액이 100만 원 미만이더라도 형사 처벌이 되고, 직접적인 수익뿐 아니라 광고·클릭 수로 인한 수익 등도 영리 수익에 포함된다"며 법안의 형사 처벌 기준이 넓다고 설명했다.

조정 제도에 대해서는 "직권 조정주의 적용 범위는 저작권법상 친고죄에 해당해야 하고, 저작권위원회의 직권조정 결정대상에 해당해야 하는 등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창작자 개인이 피해 사실과 피해 금액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콘텐츠가 온라인 공간에서 불법 공유되기 때문인데, 만일 공유 사이트가 중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는 경우 사실상 추적은 불가능하다.

법무법인 솔론 김한가희 변호사는 "영리 목적의 상습적 침해인지, 침해자가 받은 이익액이 100만 원 이상인지는 사실상 침해자가 보유한 자료를 봐야만 알 수 있으므로 증명하기 매우 어렵다"며 "이런 장애물을 만들면 사실상 저작권 침해를 도와주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꼬집었다.

▲밤비(가명) 작가는 11년동안 저작권 침해를 수없이 당했지만, 단 한 번도 범인을 못 잡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밤비(가명) 작가는 11년동안 저작권 침해를 수없이 당했지만, 단 한 번도 범인을 못 잡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저작권 침해, 경찰에 신고해도 "못 잡으니 포기해라"

11년 차 로맨스 웹소설 작가 밤비(가명) 씨가 저작권 침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 후 들은 말은 "못 붙잡으니 포기하라"였다. 그는 "경찰이 저작권 침해 사건을 하찮게 여겨 신고를 잘 받아주지 않는다"며 "좋은 담당관을 만나야 신고 서류를 접수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밤비 작가는 "현행법으로도 불펌러를 잡기 힘든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악용 사례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아마 대한민국 웹소설 작가들 모두 이 법안에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모 뮤지컬 회사는 불법 영상물 판매 정황을 찾아 경찰에 찾아갔지만, 이것만으로 고소할 수 없다는 경찰 이야기를 듣고 직접 불법 판매자에게 영상물을 구매해 그를 증거로 고소장을 다시 접수했다. 뮤지컬 회사 관계자는 "당시 과연 법이 누굴 위한 법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김한가희 변호사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저작권 인식이 낮아 '이 정도면 경미하네'라고 판단해 처벌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제2의 구름빵 막는다는 '추가 보상 청구권' 제대로 작동할까?

일각에서는 제2의 구름빵을 방지하기 위한 '추가 보상 청구권'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추가 보상 청구권의 조건으로 제시된 '수익의 현저한 불균형'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추가 보상 청구권이란 저작권 양도 이후, 양도 대가로 받은 금액과 저작권 수익 간에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할 때 창작자가 추가 수익 분배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매절 계약'으로 창작자에게 정당한 수익이 돌아가지 않고, 회사 및 출판사만 배 불리는 세태를 막기 위함이다.

도종환 의원실 관계자는 현저한 불균형에 대해 "저작권법은 사적 권리관계에 대한 법률로서,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해석되어야 하므로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 개방적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시행 초기에는 불명확성이 논란이 될 수 있으나, 관행이 자리 잡으면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휘 변호사는 "현저한 불균형은 사정변경의 원칙(계약 체결 당시의 사정이 계약 체결 후 현저히 변경되면, 그 계약은 구속력을 잃는다는 원칙)이 도입되는 건데, 이는 그 계약이 공정한 계약임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매절 계약은 이미 체결 당시 불공정한 계약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무상 창작물의 창작 기여자 표시 의무 제도는 무명 작가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업무상 창작물의 창작 기여자 표시 의무 제도는 무명 작가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업무상 창작물 창작 기여자 표시, 무명작가도 이름 드러낼 수 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업무상 저작물(회사가 IP를 소유하는 작품)에 참여한 창작자 표기를 의무화한 내용도 담겼다. 창작자에게 저작권 상의 성명표시권을 부여한 건 아니지만, 창작에 참여한 사실을 외부에 알려 창작자의 권익을 간접적으로 보호하기 위함이다.

최근 일부 웹툰은 배경 작가, 인물 작가, 스토리 작가 등으로 업무를 쪼개 공장 형태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저작권(IP)은 회사가 소유하고 작가들은 저작권은커녕 제대로 된 임금을 못 받거나 최저 임금만 겨우 받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의 경우 제작사에서 작가를 교체하며 기존 대본을 쓴 작가를 표기하지 않거나, 무명작가가 글을 쓰고 이름은 다른 유명 작가를 올리는 등의 사례가 있다.

다만 이 조항에는 당사자 간 특별 합의(특약)가 있거나 저작물에 따라 부득이 한 경우에는 의무를 제외하는 예외가 담겼는데, 김종휘 변호사는 "이 예외가 법안 개정 취지를 살리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무상 저작물이 갑과 을이 명확한 사용자 관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창작자 대부분 약자인데 회사에서는 당연히 특약으로 포기서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적재산권(IP)은 미래 콘텐츠 산업의 핵심 원동력인 동시에 창작자의 인격권이 담겨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적재산권(IP)은 미래 콘텐츠 산업의 핵심 원동력인 동시에 창작자의 인격권이 담겨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저작권 인식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 멀어"

정부 당국과 창작자들의 노력으로 저작권 인식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밤비 작가는 "할 수 있는 걸 다 하는데도 저작권 침해 사례는 나날이 늘고 있다"고 호소했다. 웹소설 작가 S 씨는 "예술인복지재단 소개로 법률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데 변호사가 저작권에 대해 금전적 피해만 없으면 된다는 식으로 말해 놀란 적 있다"며 저작권 인식이 부족한 현실을 꼬집었다.

박성식 교수는 "법 개정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 저작권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박성식 교수는 "예술가 개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는 어렵다"며 "미국 등 문화콘텐츠 강국처럼 예술가 단체 조직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작권법 상에 예술가 단체의 노조화 지원을 명시하고 국가 예산 편성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등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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