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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항공업 생사 가를 법원의 판단

입력 2020-11-23 15:36 수정 2020-11-24 08:19

▲박성호 부국장 겸 산업부장
▲박성호 부국장 겸 산업부장
행동주의 사모펀드(PEF)인 KCGI가 신청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이 이르면 25일 열린다. 다음 달 2일이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이기 때문에 다음 달 1일이면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처분 신청을 낸 KCGI를 포함해 반도건설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이 연대한 ‘3자 주주연합’의 주장 핵심은 산은의 한진칼 투자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과 지배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3자 연합은 특히 산은이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해 조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법원이 KCGI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두 대형항공사의 ‘빅딜’은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무산되고 항공산업은 다시 격랑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KCGI 측은 “경영권 분쟁 중인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신주발행이 무효라는 것은 우리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에는 상법 제418조 제1항이 있다. 이 조항은 ‘주주는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서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주식회사의 대주주가 자기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주식을 발행해 다른 주주의 지분율 희석을 초래하는 것을 제한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 조항을 절대 불가침의 잣대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해 업계는 의문을 제기한다.

우선 상법 제418조2항에는 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주 외의 자에 신주를 배정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당장 대한항공 부채비율이 100%대로 안정됐다고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미래를 담보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산은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한 근거로 내세운 한진칼의 회사 정관 제8조 2항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조항은 “회사의 긴급한 자금 조달을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기관 투자가에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주주 외의 자에게 이사회 결의로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재판부가 법을 근거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현재 항공업의 위기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 비상시국에는 대책도 비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업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 중 가장 확실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여객 수송의 정상화 시점을 점칠 수 없다는 점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내년 항공업계 전체 매출이 2019년(8380억 달러) 대비 46%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산은이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타진하고 조원태 회장이 이를 수용한 것은 한국 항공업의 공멸을 막기 위한 사실상 최후의 선택이었다.

만약 조 회장의 백기사로 산은이 나섰다면 사외이사 선임 권한과 경영 성과 미흡 시 조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을 유증참여 조건에 명시한 것은 설명될 수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불거질 혈세 지원과 독과점, 구조조정 등 3가지에 대한 우려도 사실상 산은과 조 회장이 종지부를 찍었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이번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 사실상 국유화의 길밖에 없다. 이 경우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5000억 원은 껌값에 불과할 정도로 향후 막대한 세금이 추가로 투입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조 회장은 요금 인상과 구조조정이 없을 것을 약속함으로써 시장 우려를 불식시켰다.

KCGI 측의 가처분 신청은 대한항공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요구(claims)’라기 보다 경영권을 쥐겠다는 ‘욕구(desire)’의 발로로 보인다. 인간이 만든 법은 실제 근거보다 과잉규제 혹은 과소규제하는 불일치를 보일 때가 많다.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큰 틀에서 최적의 결정을 내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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