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도 넘은 먹튀]④그 놈 뒤에는 정부·금융당국의 유착있었다

입력 2020-11-23 14:48 수정 2020-11-24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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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일 오전 8시께  론스타와 한국정부 사이에 무려 5조원대의 소송전이 열린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 본부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양측 소송당사자와 대리인들이 건물 1층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 2015.5.15 (자료 연합뉴스)
▲2015일 오전 8시께 론스타와 한국정부 사이에 무려 5조원대의 소송전이 열린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 본부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양측 소송당사자와 대리인들이 건물 1층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 2015.5.15 (자료 연합뉴스)

‘론스타는 2012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외한은행 매각 지연의 책임을 물어 5조 원대의 투자자-국가 간 국제소송(ISD)을 제기했다. 소송에 질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 이 사건은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 구속된 사람은 없다.’(영화 ‘블랙머니’의 끝 자막)

영화 ‘블랙머니’는 2003~2011년 미국계 투자자본인 론스타(극중 스타펀드)의 외환은행(현 하나은행) 인수ㆍ매각 과정을 둘러싼 검찰ㆍ금융당국ㆍ금융권의 막후를 다룬다. 영화에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자산 가치 70조 원의 대한은행을 1조7000억 원에 매각한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헐값 매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당시 외환은행의 부채를 감안한 실제 순 자산 규모는 사실 수조 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2011년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각하면서 9년 새 최소 4조 원 이상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대표 사례로, ‘먹튀(먹고 튄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중국 상장사인 차이나그레이트ㆍ고섬 등도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는 2000년대 초 민자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유치에 나서자 일부 외국계 자본이 유망 사업장을 선점하면서다. 이에 시장에선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의 이해관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론스타 혼자 가능했을까, 검은 그림자 누구(?)=외환은행이 팔린 이유는 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매각을 통해 신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영화 ‘블랙머니’는 ‘모피아(옛 재무부의 약칭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세력이 금융감독원 직원을 동원해 외환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조작한 것으로 설정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바꿔치기를 진행하고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의 은행 인수를 위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일반적으로 봤을 때 이상한 지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론스타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ISD(투자자-국가 간 분쟁) 8년째 진행 중이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9년 동안 4조6000억 원을 벌고 2012년 한국을 떠나면서 그 해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에 5조 6000억 원 규모의 국제분쟁을 제기했다. 론스타는 최근 소송을 중단하는 타협안으로 8억7000만 달러(약 9700억 원)를 제시했다.

검찰은 지난 9월 ‘먹튀 논란’을 불렀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2006년 한 차례 론스타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14년이다. 당시 불법매각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등 전직 고위관료들을 조사할지 주목된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김 전 경제부총리, 이정재 전 금융감독위원장, 김석동 전 금융감독위원장 등을 고발한 바 있다.

◇IFC 등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외국계 자본 밀어주기 의혹은 론스타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는 AIG와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건립 계약을 맺었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고, 서울시가 AIG 측에 99년간 사업부지를 빌려주고 이후 기부채납을 받는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졌다.

99년 후에는 건물이 노후화돼 사실상 가치가 뚝 떨어져 특혜였던 셈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계약은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졌다. 만에 하나 입찰을 했을 경우 서울시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을 수도 있었다. AIG는 운영 개시 5년 만인 2016년 IFC 빌딩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고도 2조 원 이상의 양도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자본의 먹튀도 있다. 중국에서 신발과 의류를 생산하는 차이나그레이트는 지난 2009년 중국이 아닌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사업은 중국에서 하고, 자본은 한국에서 조달하는 역외지주회사 형태였다. 상장폐지로 국내 투자자들이 입은 손해액만 최소 418억 원으로 추산됐다. 중국 섬유업체인 중국고섬은 2011년 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으나 2개월 만에 1000억 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2013년 상장 폐지됐다.

원양어업 전문 업체 중국원양자원은 허위 공시와 회계문제 등으로 2017년 상장 폐지됐다. 모두 금융감독당국의 허술한 관리와 한국거래소의 과도한 실적 쌓기가 낳은 참사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우선 연결재무제표만 공시하면 되는 현재 규정을 별도재무제표도 함께 공시하도록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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