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의 오! 마이 마켓] 디지털 글로벌 시대, BTS 방식 마케팅

입력 2020-11-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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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2년 동안 4개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전 세계에게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가 된다면, 더군다나 전 세계에 네트워크를 이룬 4800만 명의 충성스러운 고객이 신제품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면, 그리고 신제품이 출시되고 24시간 내에 1억 명의 고객이 해당 제품을 경험하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을 만끽하고 있는 기업이 여러분의 기업이라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바로 BTS와 BTS 앨범 그리고 소속사 빅히트의 이야기다. 깰 기록이 없어서 그렇지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BTS는 거의 모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도 국내총생산(GDP)의 0.3% 이상 기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들의 성과도 눈부시지만, 성공 레시피를 파악하여 다른 기업이나 산업이 활용할 수 있으면 더욱 빛날 것이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그들이 구축한 인프라를 다른 기업이 이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BTS 멤버들의 좋은 인성, 놀라운 열정, 그리고 뛰어난 퍼포먼스는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듣는 음악이 아닌 보는 음악으로 제품을 포지셔닝한 것도 신의 한 수이다. 그러나 BTS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차별성은 제품, 즉 음악이 아닌 마케팅에서 확인할 수 있다. BTS는 고객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과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전략적으로 구분함으로써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의 정수를 보여준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하여 일단 고객 기반을 구축하고 막상 수익은 이를 기반으로 다른 사업부문에서 획득하는 것이다. 음원 판매 자체를 수익의 원천으로 생각하는 대신 다른 상품, 즉 굿즈, 공연 티켓 판매를 위해 그리고 인도스먼트(endorsement)와 광고 출연을 위해 고객의 관심을 끄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카카오, 아마존, 네이버, 유튜브, 구글의 안드로이드 사업부문은 처음에는 공짜에 가까운 서비스, 즉 메신저, 쇼핑, 검색, 동영상, 휴대전화 OS를 제공하고, 정작 이익은 게임, 서버 리스, 게임, 광고, 앱 판매로부터 올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음악산업에서 이런 전략을 구사했다는 것이 매우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다.

BTS가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 또한 모든 마케터가 꿈꾸는 이상적 형태이다. 그들이 외친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주제는 좌절과 절망에 빠진 젊은 세대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BTS의 음악, 일상생활, 연설에 그대로 반영되어 그 진실성에도 결점이 없다. BTS 브랜드가 대변하는 가치는 인종, 성별, 문화 차이를 불문하고 받아들여지고 있어 해당 주제의 선택은 가히 천재적이며, 그 수용성은 어떤 기업도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바비인형을 만드는 마텔이 60년 동안 그렇게 달성하고자 했던 수준이다.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리바이스가 미국적 문화코드를 세계 각국에 심어 왔다면 BTS는 전 세계의 젊은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코드를 전파하고 있다. BTS의 문화적 코드는 특정한 국가나 민족과 연계된 것이 아닌, 처음부터 세계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주로 한국어와 한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전달되기도 하지만 그들의 사진이나 굿즈는 젊은 세대에게 동일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일종의 메시지이며, 이를 소유함으로써 강한 소속감을 느낀다. 전 세계의 한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적 상징으로서 BTS의 위상은 비틀스나 데이비드 보위, 마이클 잭슨과 버금가며 이와 유사한 수준의 성과를 달성한 기업은 애플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BTS가 구축한 인프라를 꼽으라면 한글과 한국어 그리고 한국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다. 문화적 친숙성은 한국 제품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더 주목할 만한 현상이 있다. 홍콩, 태국, 이라크의 시위 현장에서 젊은이들이 자유를 외칠 때 한글이 등장하는 것이다. 정치적 갈등에 책임이 있는 기성세대를 따돌리고 평화와 자유의 메시지가 한글을 통해 전 세계의 아미(ARMY)들에게 전파된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자유를 존중하고 신장시키려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의 프랑스, 20세기의 미국 역할을 21세기에 들어서 대한민국이 해낸다면 엄청난 소프트파워를 갖게 될 것이며, 이야말로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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