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포괄임금제 금지법 왜…그리고 어떻게?

입력 2020-11-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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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

11월 5일 ‘포괄임금제 금지법’ 공동발의 요청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저의 총선 대표 공약이기도 한 포괄임금제 금지법은 말 그대로 ‘포괄적으로 책정된 임금’을 금지하는 법안입니다. 쉽게 말해 ‘이만큼 더 일할 것으로 예상되니, 미리 수당을 계산해 급여에 포함’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그만큼 일할 거니까, 그렇게 받으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기업은 산정된 시간보다 노동자가 더 오래, 더 많이 일해도 급여에 추가 노동 수당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공짜 노동을 시킵니다. 근로기준법에도 존재하지 않는, 오로지 판례와 행정해석을 근거로 운용되는 임금 지급 형태입니다.

기업은 포괄임금제를 공짜 노동의 면죄부처럼 악용합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에 내몰립니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죠. 2016년에는 IT 게임업체 넷마블에서 주당 78시간에서 89시간의 장시간 노동해 온 20대 게임개발자가 과로로 사망했습니다. 또 2018년 1월에는 ‘공단기’로 잘 알려진 인터넷 강의업체 ST유니타스의 노동자가 과도한 업무, 잦은 야간노동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자살했습니다. 모두 포괄임금제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IT·게임 업계의 젊은 게임개발자들은 일상적으로 ‘크런치모드’에 들어갑니다. 크런치모드는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수면, 영양 섭취, 위생, 기타 사회활동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을 말합니다. 포괄임금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추가 노동에 대해 정확하게 임금을 산정했다면, 기업은 과도한 비용지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감기한을 조정하고 인력충원을 고려했을 것입니다. 즉 포괄임금제는 급여의 많고 적음의 문제를 넘어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까지 해칩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문제입니다.

지난 기자회견에서 선언했어요. 이제는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자고요. 이를 위해 포괄임금제 금지조항 위반 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고,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임금 내 포함시키는 것도 금지했습니다. 관련 분쟁 발생 시 입금책임을 사용자에게 전환하고 사용증명서 교부 시 근로계약서, 임금명세서, 취업규칙 사본, 임금 대장 등을 함께 제공하도록 해 입증책임을 사용자에게 부과하도록 했습니다. 안전하게 일하고, 합당한 보수를 받는 시민의 권리를 정부와 국회가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왔습니다. 중소기업의 혼란을 완화하기 위한 계도기간도 내년 1월이면 종료됩니다. 포괄임금제 금지는 주52시간 근무제 이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입니다. 포괄임금제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잊지 말아 달라는 외침에 끄덕거리셨던 대통령의 마음처럼, 공약 이행에 대한 책임감이 식지 않았길 바랍니다. 3년째 실태조사 중인 '포괄임금제 지도지침' 초안을 점검하고, 여당과 협조하여 적극적으로 입법을 논의해야 해요.

국회도 책임을 미뤄서는 안 됩니다. 19대, 20대 국회에서부터 포괄임금제 폐지를 위한 노력은 계속됐습니다. 19대 국회에서는 심상정 의원, 장하나 의원이, 20대 국회에서는 이정미 의원, 박주민 의원, 이용득 의원, 이찬열 의원이 포괄임금 계약 제한과 관련된 법안을 발의하셨어요.

21대 국회에선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저도 최대한 많은 의원과 법안을 발의하겠습니다. 일하는 시민 모두가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소망이 꿈이 아님을 증명해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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