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쏟아내지만 시장 약효 아직 '공염불'

입력 2008-11-2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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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선별 지원 원칙에 대부분 공감...정부, 은행 자금지원 압박 가속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에 선 정부의 움직임이 숨가쁘다. 은행과 기업 모두를 살려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그간 은행 지원으로 급한 불끄기에 중점을 둬왔던 정부가 최근에는 일시적 유동성 위기 기업은 살리고, 구조적 부실기업은 퇴출시킨다는 고강도 구조조정 테마로 정책기조를 바꾸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연일 “기업 죽은 뒤에 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가계와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중금리를 낮춰야 한다"며 은행들의 몸사리기에 대한 강한 압박을 가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대목이다.

◆ 정부-은행 주도 '기업 구조조정' 예고

정부와 은행권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외환위기 이후 11년만에 예고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와 다른점은 일시적인 유동성을 겪는 기업은 금융지원을 통해 살리되, 자체 생존이 어려운 부실 기업은 퇴출시키겠다는 점이다.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정책적 토태는 마련해 놓지만 실질적인 기업의 생사 여부는 은행권과 각 기업간 자율결정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기업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기업금융개선 지원단'을 설치키로 했다. 외환위기 당시 혹독한 구조조정이란 메스를 들이댔던‘구조개혁기획단’이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이다.

금융위는 기업의 부실 징후가 구체화 되기 전에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프리 워크아웃(Pre-Work out)' 제도 도입을 위해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고강도 구조조정의 첫 대상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로 서로 물고 물려있는 건설업과 저축은행업계다. 또 중소 조선업, 해운업계의 구조조정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와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899개 PF사업장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토대로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부실 PF의 일부를 넘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초 부터 중소기업에 적용하고 있는 '패스트 트랙(신속 처리)' 제도를 대기업으로 확대하고 채권단이 기업들과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키로 했다.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선 중소기업의 흑자 도산을 막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중소기업 현장금융 지원단'을 운용키로 하고 이번주 부터 시범 가동에 들어갔다.

◆ 정부, 유동성 지원 대책 봇물

기업 유동성 지원에 대한 정부대책이 이달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재정부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시중은행의 수출환어음을 할인하거나 원자재 수입 유산스(수입업체에게 제공하는 외화 융자)를 인수하는데 총 60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한은은 100억달러 규모로 중소기업에 대한 수출환어음 담보 외화대출을 6개월 만기로 실시키로 했다.

금융위는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보증비율이 높아지면 대출의 위험가중치가 그 만큼 하락하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 부분보증비율을 95%로 높이고 보증공급 규모를 1조원 늘리고 중기 패스트트랙의 특례보증 비율 역시 5%P 높이기로 했다. 프라이머리 담보부증권(P-CBO) 발행으로 중소기업이 내년까지 3조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중소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올해 1조원에 이어 내년에도 2조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은행·보험사·증권사·연기금 등이 참여(자금 출연)하는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달안으로 구체적인 운용 방안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 펀드로 신용등급 BBB+ 이상의 회사채와 캐피탈·할부금융회사, 카드사 등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한 금융채를 인수토록 한다는 게 금융위의 구상이다.

이 대통령이 시중금리 인하를 위해 역할 강화를 주문한 것과 관련, 금융위는'채권시장안정펀드' 를 통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연기금이 펀드 출연에 부정적 입장을 보임에 따라 운용에 있어 불투명했던 이 펀드에 대해 한은이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방식으로 자금을 수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이럴 경우 중앙은행인 한은이 카드사, 할부금융사뿐 아니라 일반회사까지 적극 지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 당국, 은행 기업대출 고강도 압박

청와대는 매일 금융권의 중소기업 지원 상황을 보고받는 등 추진 상황을 챙기고 있다. 금융당국은 중기 대출을 늘리도록 은행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금감원장은 이달 들어 시중 은행장들을 비공개로 만나 중소기업 지원 확대를 강하게 촉구하며 은행의 지원실적을 점검해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부는 외화차입 지급 보증을 조건으로 일부 외국계 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과 경영개선 및 중소기업 지원방안 등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MOU 체결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의무대출과 만기연장 등의 경영사항에 대해 3년간 정부 간섭을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시장성 수신을 이용한 '몸집 불리기' 로 은행의 건전성과 자금 조달을 악화돼 결과적으로 은행권이 중기 대출을 막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이 받은 양해각서에는 각 은행에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성 수신’을 줄이는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한은도 앞으로 은행채를 매입할 때 시장성 수신이 많은 은행에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 대책 남발 불구 약효 미흡

하지만 남발되는 정책과 부처간 불협화음으로 금융과 실물시장을 꿰뚫는 실질적인 대책은 나와지 않고 있으며 약발 역시 미흡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단적으로 시장에서 여전히 돈이 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멀쩡한 기업까지 망하는 사태가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또한 현정부의 3대 분업체재(재정부-국제금융, 금융위-국내금융, 금감원- 감독)는 통화신용정책에 외환시장을 재정부와 공조하는 한은 체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격랑에서 대처가 늦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정부 금융정책의 신속하고 일원화 된 컨트롤 타워로의 재편과 함께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대책 제시가 촉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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