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눈물의 비디오'와 P사장

입력 2008-11-18 16:20 수정 2008-11-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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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비디오'가 또다시 회자되고 있다. '눈물의 비디오'는 IMF 한파가 한창이던 1998년2월 구조조정으로 문을 닫게된 제일은행 서울 테헤란로 지점 故 이상억 차장의 하루 일상을 담은 8분 분량의 영상물이다.

그해 초 명예퇴직한 2300여명의 동료도 중간 중간 나와 "남은 사람들이 잘 해 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으로 이를 본 직원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해서 '눈물의 비디오'라는 이름이 붙었다.

외환위기 당시 암울했던 경제상황을 반영한 이 비디오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전 국민도 따라 울었다. 원 제목인 '내일을 준비하며'라는 제목보다는 '눈물의 비디오'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졌다.

최근 언론에 '눈물의 비디오'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현재 위기 상황이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될 정도로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국내 실물경제까지 그 파장을 미치기 시작했다. 최근 구조조정과 감원 칼바람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리는가 하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의 자살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 새벽 1시께 경남 김해시에서는 10년째 지역에서 중소업체를 운영하던 P사장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가슴 아픈 이 소식은 세간의 관심 밖이었다. 실제로 대만 여가수 리추닝의 자살은 꽤 많은 언론사에서 보도한 반면, P사장의 사연을 보도한 국내 일간지는 없었다.

경기가 워낙 안 좋아 중소기업 사장의 자살은 더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 세상이 된 것일까. 아니면 이 정도(?)는 이미 10년 전에도 수없이 겪었던 만큼 내성이 생긴 걸까.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중소기업 사정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야반도주를 막기 위해 채무자 공장을 감시한다는 A사장, 월급을 못줘서 직원들이 무단 결근해도 할 말이 없다는 B사장, 조금 덜 손해보고 업체를 정리하는 게 희망이라는 C사장, 식자재 구입은 현금이지만 결제는 어음으로 들어온다는 중소기업 구내식당의 D사장 등...

최근 정부는 중소기업 유동성 공급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의 절실함에 대해 정부도 인식하기 시작한 것같아 다행이다. 문제는 시중 은행은 중소기업 유동성 공급의 단계일뿐 목적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3일 정부는 '신용시장 경색 해소 방안'을 통해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쉽게 해석하면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등을 동원해 은행채를 매입해 주면, 은행들은 그 자금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책 타당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정부는 '얼마나 빠른 시간에 골고루 현장으로 돈이 돌게 하는지'에 대한 사후 관리만큼은 철저히 해줬으면 한다.

또다른 P사장은 나오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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