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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코로나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디지털경제의 미래

입력 2020-10-20 18:00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전 세계를 전대미문의 혼돈과 절망의 시대로 몰아가고 있는 코로나 사태가 여전히 수습의 가닥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코로나가 초래한 언택트 시대의 또 다른 풍경은 이미 세계경제의 강자로 군림해왔던 미국 디지털서비스 기업들의 위세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실물경제의 강제적인 폐쇄와 그로 인한 세계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서비스 산업은 비대면 언택트라는 특성 덕분에 기존의 아날로그 대면산업을 대체하면서, 증시에서도 연일 상종가를 기록하며 전체 주가로 끌어올리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실물경제는 가사상태로 접어들고 있는데 디지털서비스 산업만 그 가치와 수익이 전에 없는 속도로 늘어나면서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통제 불능의 수준이었던 빈부격차와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분열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코로나로 인한 전대미문의 의료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가운데 코로나 위기가 초래한 실물 부문의 공급사슬과 수요 부문의 동시 붕괴에 대처하기 위하여 천문학적인 확장재정과 통화정책을 수행하면서 세계경제의 불안요인도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 다수 국가들은 코로나로 인해 더욱 심각해진 재정적자 누적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정부 조세수입의 보전을 위하여 다른 산업들에 비하여 매우 낮은 조세 부담을 해왔던 디지털서비스 부문의 공룡 다국적기업들을 겨냥한 디지털세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의 국제 조세체계에 의하면 다국적기업들이 세계 각지에서 수익을 창출하더라도 물리적인 고정사업장이 있는 국가에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과세권을 부여하였다. 세계 디지털서비스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들인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은 모두 예외 없이 미국 기업이다. 그 결과 이들 기업들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결국 트럼프 행정부로 하여금 미국 기업을 특정한 차별적 조세규제라고 주장할 여지를 남겼다.

유럽연합(EU)이 추산한 기업들의 실효세율을 보면 전통적인 제조업의 경우 평균 23.2%이지만 디지털서비스 기업은 9.5%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서비스 기업들이 터무니없이 낮은 조세 부담을 하는 주된 이유는 디지털산업의 기술적 특성상 물리적 고정사업장 없이도 해외시장에 원활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서비스 산업의 주된 자산이 대부분 무형자산이기에 고정사업장을 세율이 낮은 조세회피 국가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결과적으로 공룡 디지털기업들이 조세를 회피할 수 있는 비결이 되었다.

EU 주장에 대하여 트럼프 행정부는 만약 미국의 디지털 기업들이 해외시장의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부가가치와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해당 국가 조세당국의 과세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전통산업도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이라고 볼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을 통해 수익 창출을 하는 소비자대면업종이기 때문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또한 미국의 이런 주장은 정치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디지털세 도입에 대하여 미국을 포함한 다자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일방적으로 자국 시장에서의 디지털서비스 판매액에 대하여 3%의 조세를 부과하는 형태로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미국 기업들의 추가 조세부담액의 5배에 해당하는 프랑스 물품에 대하여 응징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표하였다. 결국 프랑스는 디지털서비스세 부과를 유예하고 미국 또한 그 기간 프랑스에 대한 추가 과세를 유예하여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가까스로 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언제든지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불안한 국제 무역환경과 함께 주목할 대목은, 모두가 희망하는 대로 내년 중반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질병통제 수준이 과거의 안정기로 돌아가더라도 전반적인 경제 환경과 기업 여건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전 세계 기업들을 모두 아우르는 디지털플랫폼에서 생존 확률이 낮은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냉정한 현실을 우리 기업과 정부는 주목해야 한다.

이처럼 디지털세 도입 과정에서 더욱 불확실해지는 국제 통상환경과 디지털플랫폼을 통한 무한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기술적 시장지배력 확보이다. 그런 맥락에서 기업의 기술경쟁력 제고보다는 재정지출 확대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정책이 절체절명의 생존 위기에 처한 우리 중소기업들의 실질적 회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인지 기업 입장에서 한번 더 냉철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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