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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함께하는 시간] 시련을 극복하며 발전한 식물들

입력 2020-10-15 17:09

전정일 신구대학교식물원 원장·신구대학교 원예디자인과 교수

많은 분이 그랬듯이 지난 추석에는 처음으로 집에 머물렀습니다.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지침을 따른다는 명분을 내세워 시댁 방문을 자제하자고 하는 아내의 제안에 못 이기는 척 동의한 것입니다. 사실 명절은 아내에게도 스트레스를 주지만,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저도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분명하여서 오히려 먼저 얘기해준 아내가 고맙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멀리 있는 자식이 올 날을 기다리시던 연세 높은 어머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그게 어머님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며 그렇게 결정한 것을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머물며 그동안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볼 수 없었던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 최근에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더욱 유명해진 감독의 몇 년 전 유명한 영화입니다. 요약하면 현재에 적응하여 안정되었으되 희망과 발전이 없는 삶을 벗어나, 시련과 위험을 감수하되 인류의 발전을 기대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식물의 삶이 떠오른 것은 저만의 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식물도 시련을 통해 발전해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시련이 식물을 더 발전시킨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주 단순한 물질이지만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물과 관련된 식물의 삶을 살펴보겠습니다. 모든 식물은 자신의 환경에서 다양한 생장 기간에 필요한 물을 얻어야 합니다. 그러나 물은 세계 각지에서 다른 양으로 존재합니다. 일부 지역은 강, 지하 대수층 및 비로 인해 풍부하고 다른 일부 지역에서는 아주 부족합니다. 또 우리나라가 그러하듯이 시간적으로도 조건이 달라집니다. 여름 장마철에는 물이 너무 많아서 문제이고 봄철에는 가뭄이 문제입니다. 1년의 세월에서도 차이를 보이지만 식물이 존재한 수억 년 지구의 시간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물의 양은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식물은 부족한 물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아주 복잡한 능력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식물은 극한 온도와 물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물 저장 능력과 가뭄에 대한 저항력을 증가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리돕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 식물은 ‘조약돌 식물’이라고도 불리는데 잎이 주변의 돌이나 바위와 같은 모양으로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돌과 구분하기 어려우니 동물들이 이 식물을 먹어 치우는 일도 없습니다. 이 식물은 이런 방법으로 주변의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뿐만 아니라 더 효율적이고 방대한 방식으로 물을 저장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조약돌 식물’이라고도 불리는 리돕스.
▲‘조약돌 식물’이라고도 불리는 리돕스.

이 식물의 잎이 조약돌 모양이라는 것은 전체적으로 구형이라는 의미입니다. 공은 표면적이 가장 크기 때문에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가장 큽니다. 또, 잎은 낮에는 닫히고 밤에는 열리는 기공을 가지고 있는데, 이 능력 덕분에 증산을 줄여 수분 손실을 줄입니다. 식물체는 몸 대부분을 땅 밑에 묻고 바깥쪽 끝의 잎만 땅 위로 나옵니다. 잎은 작은 조약돌같이 생겼는데 그 좁은 잎끝에 광합성 세포가 있습니다. 이 세포들이 광합성을 위해 빛을 사용하기 때문에 ‘잎 창문’이라고 부릅니다. 이 특별한 ‘창문’을 통해 필요한 빛을 받는 동시에 물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동물이 자신을 먹는 것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이 더 큰 이익인지 물을 많이 저장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인지는 따지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물 부족과 동물이 먹는다는 시련을 극복하는 장치를 갖게 된 것은 분명합니다.

한 종류의 식물을 사례로 보았습니다만, 많은 식물이 건조를 견디기 위해 잎, 줄기, 뿌리 등 식물의 모든 부분의 구조를 다양하게 발달시켰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생활 방식을 바꾸기도 합니다. 일부 식물은 가뭄에 저항하기 위해 씨앗을 휴면 상태로 둡니다. 즉, ‘잠들어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식물들은 1년 동안에도 아주 짧은 기간만 살며 가뭄기에 종자 상태로 잠이 들어 목마름을 피합니다. 이들은 비가 내린 후 아주 빨리 종자를 싹틔우고 어린 묘는 아주 빨리 자랍니다. 또, 짧은 시간 안에 꽃이 피므로 식물은 몇 주 안에 종자 상태에서 종자를 생산할 수 있는 성숙한 상태로 생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모두가 아닙니다. 이 식물들은 또 다른 놀라운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가 한 번 왔을 때 모든 씨앗이 일시적으로 발아하면 이어지는 가뭄으로 모두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식물들은 많은 양의 비를 받은 후에야 발아하여 위험을 회피하는 체계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식물은 건조라는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발달시켜 왔습니다. 어떤 방법이든 식물이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적응하면서 획득한 진화의 결과입니다. 물론 수억 년을 거치면서 많은 식물이 환경 변화라는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멸종되었지만, 반면에 또 많은 식물이 시련을 극복하고 발달하여 번성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시련도 우리 세대는 어려운 고통을 겪는 것이겠지만 다음 세대가 더 발전하게 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다만, 그 영화에서처럼 어른들은 열차와 함께 폭발하고 아이들만 탈출하는 극단적인 방법은 아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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