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실패해도 재도전할 환경 만들어 '제2의 머스크' 키워야

입력 2020-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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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업 경쟁력 키우려면

혁신, 더는 기업 전유물 아냐
개인 자체가 혁신가이자 기업가
스타트업 활성화 날개 달아줘야

눈동자 하나만으로 TV를 켜고, 조명을 끌 수 있다. 8년간 오직 비접촉 터치 기술을 개발해 온 브이터치 김석중 대표는 비접촉 시대가 이렇게 갑자기 올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꾸준히 한 우물만 팠을 뿐인데 비대면(언택트)으로 대표되는 코로나 시대의 핵심 기술을 갖춘 업체가 됐다.

브이터치는 카메라로 사용자의 눈과 손의 위치를 인식하는 기술을 갖춘 국내 스타트업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전등, TV,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를 손가락과 눈동자만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 특히 특정 다수의 손이 닿는 자판기나 키오스크에 적용해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김석중 대표는 7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우리 기술이 제대로 활용되는 비접촉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키오스크, 엘리베이터, 관공서 등 다양한 고객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제품 양산 준비도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회사는 국내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K언택트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먹힌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글로벌 산업 경제가 재편되고 있다. 지금 잘 준비하면 우리 산업계가 글로벌 경쟁에서 10년 혹은 100년을 앞서갈 수 있지만, 뒤처진다면 그만큼 후퇴하게 된다. 한발 앞서 미래 기술을 개발한 브이터치가 위기에 치고 나갈 힘을 얻은 게 대표적인 예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분야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까. 또 우리나라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투데이는 각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관련 해법을 들어 봤다.

혁신 스타트업 육성 절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혁신 스타트업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는 “대기업의 황금기는 저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이테크 스타트업에 의한 대기업의 해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 또한 기업의 전유물이라는 관점 또한 바뀌고 있다”며 “개인 자체가 혁신가이자, 잠재적인 기업가이며 제프 베이조스(아마존)와 일론 머스크(테슬라)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가 규제를 앞세우기보다 개방적인 태도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노성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공동대표(전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는 배달의 민족을 예로 들었다.

지난해 독일계 자본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지난해 인수했지만, 공정위에서 기업 결합 승인을 아직 내주지 않고 있다. 사실상 독점이라는 이유에서다. 외국계 자본이 인수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배민과 DH는 국내 사업 독점이 목적이 아니라 해외 시장을 겨냥한다고 주장한다. 기업 결합이 늦어지면, 그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곽 대표는 “국내 배달앱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따지면 2%에 불과하다”며 “결국 해외 진출이 중요한데, 외국계 자본이 인수했다는 등의 이유로 공정위에서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면 큰 손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해외 벤처투자회사 등이 국내 스타트업 인수를 주저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도 “벤처나 스타트업 경영자는 기업을 잘 키워서 엑시트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대기업 규제가 많아 적극적인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스타트업과 대기업 모두에 좋지 않다”고 했다.

창업 실패 용납하는 분위기도 조성해야

창업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여건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컸다. 김석중 브이터치 대표는 “창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예를 들어 정부 프로젝트 등에는 성공과 실패가 나뉘는데 다른 방식으로 평가받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도전을 통한 실패를 관용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실패라는 낙인을 찍지 말고 도전에 대해 응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 자체에 성과를 두는 스타트업 정책은 더는 유효하지 않으며, 이들이 지속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선우 박사는 “세계은행은 혁신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을 ‘이노베이션 가드닝(Innovation Gardening)’이라고 표현한다”며 “창업 생태계 역시 가드닝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패의 위험이 큰 영역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수단을 강구하고(물을 주고), 제도적인 규제를 제거하고(벌레를 제거하는), 교육과 연구에 투자함으로써 지식기반을 강화하는 역할(토양을 개선하는 것)이 바로 정부의 스타트업을 위한 가이드닝”이라고 말했다.

AI 자율주행 등 관련 인재 양성
유치원생부터 코딩 교육 필요
'K방역' 발판 헬스케어 정비도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가 국력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활약할 핵심 인재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신성장동력 부재에 따른 국내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침하(沈下) 현상을 고려할 때 4차 산업혁명의 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의 핵심요소는 인적 자본인 만큼 교육인프라 확충 등 인재 육성에 적극적인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봉만 실장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인재가 2만2000명 정도라고 보는데 미국에서는 1만 명 정도 일하고 있고 중국에서 2500명, 한국은 400명 정도밖에 안 된다”며 “여건이 한국보다 좋기 때문에 인재들이 몰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고 투자금이 미국이나 중국보다 부족하다면 규제를 과감하게 더 푸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인공지능국민운동본부 공동의장)는 전 국민의 코딩 교육을 주장했다. 문 교수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AI 교육 정책 등이 선진국보다 많이 미흡하다”며 “명실상부한 AI 강국이 되려면, 정부는 일부 대학원 지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유치원생과 초·중·고생 AI 교육 과정과 교재 개발 및 교사 양성 등에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선우 박사는 “초중고 세대부터 기업가가 하나의 진로임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며 “지역별·세대별·성별 격차 없이 체계적인 기업가정신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보다 직접적으로는 이공계 석박사 인력들의 연구개발 수행 시 비즈니스 모델 설계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R&D(연구개발) 투자가 세계적인 국가인데 연구성과물이 민간으로 잘 흘러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K방역 발판삼아 K파워 키우자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떠오를 업종으로 비대면, 헬스케어, 에듀테크 등을 꼽았다. 특히‘ K방역’으로 입증된 우리나라 역량을 ‘K파워’로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규제 완화 및 정치 리스크 해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추광호 실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비대면 산업이 각광받을 텐데 두 가지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실장은 “규제 시스템이 바뀌어서 다양하고 많은 신산업, 신기술이 응용되고 적용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또 신기술이나 신산업이 나왔을 때 기존 산업과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연승 교수는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날 분야는 헬스케어인 것 같다”며 “디지털 기술이 사람들의 의료 와 건강관리 쪽에서 혁신적으로 변화될 부분이 대단히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다만 국가에서 데이터에 대한 표준,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규제 등을 더욱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에듀테크 분야에서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곽노성 과실연 공동대표는 “구글은 ‘지 스위트(G-Suite)’, ‘구글 클래스룸’과 같은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해외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고품질의 에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기업의 참여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를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곽노성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IT·소프트웨어 생태계는 해외 시장이 중요하다”며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 인구의 2배지만, 우리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과의 관계 개선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이 적극적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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