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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아시아나항공 ‘노딜’ 누구 탓인가?

입력 2020-09-14 05:00

금융부장

국내 2대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자금난에 봉착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를 매각하기로 결정했지만, 산업은행을 대표로 하는 채권단의 관리 체제로 들어갔다. 정확히 해석하자면 국유화가 아닌 정상화 후 매각 재추진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민영화된 1969년 이후 50여 년 만에 깜짝 ‘국영항공사’의 타이틀을 갖게 된다. ‘주인 없는’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작업은 주주 감자와 채권단 출자전환 및 경영권 확보라는 산업은행의 전형적인 기업 구조조정 방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제 시장에서는 노딜(매각 무산) 선언에 따른 ‘책임’과 앞으로 벌어질 이해관계자들의 ‘이권’ 다툼에 집중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책임에 따른 이권은 비슷한 이해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동일 선상에서의 분석이 맞겠다. 표면적으로 따졌을 때 이번 노딜의 귀책 키워드는 △HDC현대산업개발(현산) △금호산업 △채권단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압축된다. 여기에 이해관계자 모두가 노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코로나19’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겠다. 현산이 2500억 원의 계약금 문제를 놓고도 인수를 포기한 데는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계의 유례없는 불황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앞서기 때문이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현산 간의 책임 공방은 계약금 분쟁으로 짐작할 수 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분담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장기간 재실사 요구안을 고수한 것에 유감을 표시했다. 반면 현산은 거래종결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 해제 통보를 받았지만, 이는 금호산업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라며 반박했다. 25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이행보증금을 지급하고도 코로나19에 따른 재무건전성을 확인할 실사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 사례와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인수 보증금 반환 패소 등 법원의 판단에 따라 책임이 엇갈릴 수 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기내식 부당지원 혐의에 대한 83억 원의 과징금 논란도 매각 무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예상 밖의 손실이 발생해 현산 입장에서는 계약을 깰 좋은 구실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년 12월 현산이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에는 320억 원 수준의 잠재적 손실을 반영토록 해 공정위의 과징금 논란은 명분이 약하다.

어디 하나 딱 부러지는 말이 없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항공산업 구조조정이 다시 답보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300%에 이른다. 자본잠식률도 50%에 육박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 원으로 급한 불은 끄겠지만, 업황 부진을 고려할 때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되기에 십상이다. 과거 부실기업을 지원할 때 압박했던 강력한 구조조정의 조건이 불행히도 충족됐다. 모빌리티기업 도약을 위해 아시아나 인수를 추진했던 현산이 ‘꿈’보다는 ‘현실’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위기 산업의 경쟁력 확보라는 구조조정이 반복될 때마다 ‘대량 실업’이라는 공포에 빠졌다. 정부가 약 9000명에 가까운 아시아나 임직원의 고용 불안 때문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구성원들의 희생만 강요하기보다, 정부의 지원도 수반돼야 하는 시장의 원리다. 이젠 대주주들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할 시점이다. 박삼구 당시 회장의 경영부실 책임부터 어느 누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앞으로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 원을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 37%로 최대 주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기존 대주주는 철저한 감자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채권단이 경영진 교체 등 경영 혁신과 자구책을 요구해야 한다. 채권단은 최근 2년 사이 아시아나에 매각을 전제로 3조3000여억 원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이번 지원분을 합하면 5조70000억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이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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