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최고 용적률 300% 허용에 해당 아파트는 '시큰둥'

입력 2008-11-06 09:46 수정 2008-11-0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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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용적률 아파트, 20년된 低용적률 아파트보다 인기 없어

정부가 재건축 시장에 활기를 부여하기 위해 재건축 용적률을 최고 300%까지 허용하기로 했지만 정작 해당 고밀도 아파트들의 시큰둥하다. 재건축 사업성은 좋을지라도 쾌적성이 떨어져 막상 입주 때가 되면 실수요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통해 재건축 아파트는 국토이용및계획에관한법률(국계법)이 허용하는 최고 용적률(3종 일반주거의 경우 300%)을 적용받을 수 있다.

물론 정부는 지자체 조례를 넘어서는 용적률에 대해서는 그 30~50% 선에서 보금자리 주택으로 환수한다.

그동안 기부채납을 해도 용적률 230%를 받아내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할 때 '최고 용적률 300%'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게 있어 큰 '선물'인 셈이다.

그러나 현재 300%에 근접하는 용적률을 가진, 소위 고밀도 아파트들은 주거 쾌적성이 떨어져 재건축 사업성은 좋을지언정 입주 후에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일부 단지의 경우 입주 연한이 20년 가까이 된 용적률 150~180% 가량의 저밀 중층 단지보다 시세가 떨어지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용적률이 300%에 이르는 고밀 재건축 단지는 재건축 집값이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않던 지난 2000년대 초반 주로 나왔다.

당시는 아직 재건축에 대한 관련 법제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고 특히 IMF 이후 바닥에 떨어진 국내 내수시장에 활기를 부여하기 위해 용적률을 300%까지 허용했다.

실제로 당시에 서초구 극동 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래미안 아파트의 용적률은 무려 319%로 웬만한 주상복합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동부센트레빌도 297%, 송파구 문정동 문정주공을 재건축한 래미안문정도 293%의 높은 용적률을 자랑한다.

이 밖에 ▲방배동 래미안아트힐(소라 재건축, 293%) ▲래미안타워(무지개 재건축, 296%) ▲서초동 롯데캐슬클래식(삼익 재건축. 296%) 등도 초고밀도 아파트다.

강남 도곡, 서초 반포, 송파 잠실, 강서 화곡, 강동 암사 등 이른바 '5대 저밀도 재건축'단지들은 재건축 법제가 마련된 후 재건축 사업이 이뤄져 용적률은 이들 단지보다 다소 낮다.

5대 저밀도 단지의 경우 기본 용적률 270%에 추가 최대 15%까지 용적률을 얻을 수 있어 단지에 따라 275~285%의 용적률로 지어졌다.

이에 따라 강남구 도곡렉슬아파트를 비롯해, 역삼동 일대 재건축 단지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1~4단지 재건축, 그리고 서초구 반포동 반포2, 3주공 단지 재건축 등이 모두 270~285%의 용적률을 적용받아 재건축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용적률로 지어진 아파트는 수요층들로부터 그다지 높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들 고 용적률 아파트의 시세에서 잘 나타난다. 올해로 입주 5년을 맞고 있는 서초래미안의 최소 주택형인 112㎡의 경우 매매가는 8억8000만~10억원 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인근 입주 20년차의 '중고' 아파트 삼풍 112㎡형의 매매가인 7억5000만~9억5000만원보다 다소 높다. 하지만 대형 평형인 165㎡의 경우 서초래미안은 13억8000만~16억원으로, 13억5000만~16억원의 매매가를 기록하고 있는 삼풍아파트 165㎡와 거의 유사한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두 아파트의 시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좁혀지고 있다. 서초래미안이 입주한 2003년 6월 당시 이 아파트 112㎡의 매매가는 5억7000만~6억8000만원. 이는 4억7000만~5억7000만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던 삼풍아파트 112㎡보다 1억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아파트의 격차는 5년 만에 반토막이 난 것이다.

또 현재 유사한 시세를 보이고 165㎡의 경우 2003년 6월 입주 당시 서초래미안은 9억5000만~11억6000만원으로 7억5000만~9억원의 시세를 보였던 삼풍에 비해 무려 2억원 이상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88년 입주한 삼풍아파트의 용적률은 170~180%선. 아무리 새 아파트라도 주거 환경이 좋지 않은 고밀 단지는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인 셈이다.

삼풍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로변에 있어 장점이 있지만 두 아파트의 시세가 좁혀지는 데는 쾌적성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특히 대형평형을 선호하는 수요층에겐 삼풍이 인기가 많다"라고 말했다.

용적률이 280%로 그나마 낮은 재건축도 더 낮은 용적률을 가진 저밀도 단지에는 맥을 못추고 있다. 최근 일반분양에 나선 반포주공2단지 재건축인 래미안퍼스티지와 인근 반포주공1단지 대형평형이 그 예다.

래미안퍼스티지 112㎡ 분양권 시세는 11억~13억원으로 이는 반포주공1단지 105㎡ 매매가인 13억3000만~15억5000만원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또 래미안퍼스티지 145㎡ 분양권 시세는 16억~19억원으로 주공1단지 138㎡의 매매가 17억6000만~20억2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최대 평형인 래미안 퍼스티지 204㎡ 분양권 매매가는 19억~23억원으로 주공1단지 204㎡ 매매가인 26억~27억5000만원에 비해 비교도 하기 어려운 상태다.

반포 1, 2주구에 해당하는 주공1단지 대형평형의 경우 재건축 기대심리가 전혀 없는 일반 아파트다. 이 아파트의 용적률은 80%로 넓직한 동간 거리를 갖춘 데다 한강과 인접해 있어 서초구 최고가 아파트단지로 자리잡은 상태다. '최첨단'아파트에 인기브랜드 단지도 '쾌적성' 앞에서는 기를 못펴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이 태동 단계인 과천에서는 용적률 20% 차이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입주한 11단지 재건축 래미안에코팰리스와 올 8월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슈르가 그 예다. 래미안에코팰리스의 경우 용적률은 171%로 지어진 단지며, 래미안슈르의 용적률은 194%로 두 단지의 용적률 차이는 불과 20%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세를 들여다 보면 두 단지의 차이는 크다. 갓 입주한 래미안슈르 82㎡의 매매가는 5억6000만~6억3000만원에 형성돼 있는 반면 래미안에코팰리스 82㎡는 6억8000만~8억원의 시세를 기록, 1억원 이상 슈르를 앞서고 있다.

쾌적성을 중시하는 대형평형에서의 격차는 더욱 심하다. 에코팰리스 155㎡의 매매가는 17억5000만~20억원으로 14억2000만~16억5000만원에 머물고 있는 래미안슈르 165㎡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지키고 있다.

송파구 역시 이같은 현상은 마찬가지다. 송파구 잠실단지의 경우 최근 재건축을 마치고 입주한 잠실1~4단지의 경우 매매가는 용적률 140% 이하인 인근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유사 평형에 비해 최저 1억원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신천동 잠실시영 재건축인 파크리오도 올림픽공원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오륜동 올림픽 선수촌아파트와 유사한 시세를 보이고 있어 새아파트 프리미엄보다 환경프리미엄이 더 높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K부동산 대표는 "잠실재건축 단지는 대단지에 인기 브랜브의 고급 아파트란 장점은 있지만 소형 평형이 많고 용적률이 높아 고품격 단지로서는 최고가 되긴 어렵다"며 "아시아공원에 인접해 있어 쾌적한 주거환경을 영위하고 있는데다 용적률도 140%선으로 주공5단지보다 낮은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에 고품격 면에서는 뒤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고밀도 용적률을 가진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센터장은 "재건축은 용적률이 높은데다 수익성을 위해 세대 수를 늘려야하는 만큼 4베이 등 다양한 신평면을 적용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높은 용적률로 사업을 추진하면 단지 재건축 수익성만 높일 뿐 조합원들이 바라는 고급 아파트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용적률 높은 아파트는 입주 초기에는 새 아파트란 장점으로 어느 정도 상쇄가 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단지 내부의 쾌적성이 떨어지는 점이 약점으로 드러나게 된다"며 "특히 다양한 단지 조경 등이 어려운 재건축 아파트는 시간이 지나면 그야말로 마천루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뱅크 이정민 팀장은 "단지내 쾌적성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동간거리"라며 "용적률이 높은 아파트가 넓은 동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선 최저 35층 이상 층수를 올려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용적률 300% 아파트 허용 방침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나왔다. 한 시장 전문가는 "도시 환경과 주택 여건을 고려치 않은 어설픈 정책"이라며 "도시 주거환경을 해칠 수도 있는데 굳이 수익성만 고려해 용적률을 상향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용적률을 상향조정한 것은 재건축 수익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도심 내 보금자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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