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재인 정부, 선의 말고 실력 보여라

입력 2020-07-15 18:00 수정 2020-07-1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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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오프라인뉴스룸 에디터

‘조변석개’라는 말이 실감난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얘기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5월 첫 주 71%(한국갤럽)를 기록했다. 긍정 평가를 받은 코로나 대응이 모든 악재를 덮고도 남았다. 민주당 총선 압승의 일등공신도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었다. 하늘을 찌를 것 같던 지지율이 두 달 새 47%(9일 갤럽)까지 떨어졌다. 50%포인트 차로 벌어졌던 긍·부정 격차는 오차범위(3%p)로 좁혀졌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다.

남북관계 파탄과 부동산 시장 불안이 결정타였다. 두 가지는 현 정부 정책 그 이상의 상징성이 있다. 정체성 그 자체다. 남북 평화무드는 누가 뭐래도 문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날개 없이 추락하는 경제와 파탄 난 대일외교, 국론 분열을 야기한 조국사태 등 총체적 난국 속에서도 현 정부를 굳건히 지켜준 버팀목이었다. 그런 3년의 성과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북한의 일방적 약속 파기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은 빛을 잃었다. 북한에 시종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남북관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부동산은 현 정부의 최우선 정책이다. 6·17에 이어 7·10 대책이 나왔다. 집권 후 벌써 22번째다. 집값을 잡기는커녕 시장 불안만 키웠다. 정책의 실패다. 시장에선 ‘20대는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40대는 전세난민이 되고, 60대는 세금폭탄에 시름한다’는 자조가 나온다. 정부는 정책 실패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국민은 납득할 수 없다. 그러니 지지율 하락은 필연적이다.

결국 문 대통령이 나섰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남북관계 복원에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지율 반등과 레임덕 차단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7·10 대책과 북한통 인사들을 외교 안보 전면에 내세운 인사에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 때 남북정상회담의 주역 중 한 명이다. 전대협 의장 시절 임수경(전 의원) 씨를 평양에 보낸 건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였다. 누가 봐도 북한에 보낸 화해 메시지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다. 우려스러운 건 합리적 출구 없이 무작정 밀어붙였다 실패할 경우의 후유증이다. 지난 3년 북한의 선의만 믿고 추진했던 남북화해 노력의 결과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였다. 신뢰 없는 평화무드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남북문제는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파기하는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상대와 벌이는 게임이다. 한미동맹 유지를 위해 미국의 눈치도 봐야 한다.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북한에 시종 끌려다니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남북관계 파탄의 교훈이다. 합리적 출구가 필요한 이유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계속되는 이유는 시장과 싸우려 한다는 것이다. 시장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른 경제적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편의를 보장하는 공간이다.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천정부지다. 강남 때리기로 강남 집값을 잡기는커녕 강북과 수도권은 물론 대전 청주 집값까지 뛰게 만들었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규제지역이 수십 곳으로 늘어 대상서 빠지면 서운할 정도다. 한결같이 대출을 옥죄고 양도세와 보유세를 중과하는 내용이다. 주택거래허가제까지 들고 나왔지만 역부족이었다. 정부의 규제 강도가 계속 높아지면서 어려워진 사람은 부자가 아니다. 집 한 채 가진 자와 무주택자, 세입자 등 중산층 서민이 고통을 받고 있다. 무리한 정책의 역효과다.

남북관계와 부동산 정책의 실패 이유는 간단하다. 선의로 무장한 이상과 냉정한 현실의 괴리가 커서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대가 정부의 선의를 악이용한다는 게 불행한 현실이다. 애당초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북한과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엔 신뢰가 자리할 틈은 없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굴러가게 하는 건 정부의 선의가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다. 전국의 부자가 다 집 한 채 갖고 싶다는 강남에 공급을 묶은 채 집값을 잡겠다고 덤벼드니 실패하는 것이다. 수요가 넘쳐나는 서울에 공급을 늘리지 않고선 백약이 무효다. 정부가 일시적으로 누를 순 있지만 오뚜기처럼 살아나는 게 시장이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좀 더 냉정해져야 한다. 시장과 현실을 무시한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국민은 선의의 정부가 아닌 유능한 정부를 원한다.

lee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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