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아이들은 나쁜 기억을 잊지 못한다

입력 2020-06-28 18:00 수정 2020-06-2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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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작가 배리가 쓴 동화 피터팬을 보면 수 많은 명대사들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불공정한 대접을 받았던 첫 경험을 잊지 못한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말 그대로 아이들은 좋은 기억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서 받은 나쁜 기억을 절대 잊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의미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햄버거병 유발시킨 2년 전에도 비리 감사 걸린 유치원'이라는 제목과 함께 글이 올라 왔다.

해당 글에 따르면 자신을 A모 유치원 학부모로 소개한 청원인은 "교육과 무관한 개인경비로 사용한 이력으로 감사에 걸린 적이 있는 이런 유치원이 과연 제대로 된 음식을 먹였을까요?"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유치원 돈을) 개인경비로 수억 해 먹은 전적이 있는 유치원 원장의 실태를 알리고자 한다"고 적었다.

이는 이달 중순께 안산에 소재한 A 모 유치원에서 이른 바 '햄버거병'으로 잘 알려진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이 원생을 중심으로 집단 발병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실제로 안산 상록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현재 식중독균 검사를 받은 인원은 295명이고, 장 출혈성 대장균 양성 반응이 나온 인원은 49명에 달한다. 특히, 이 가운데 용혈성요독증후군 증상 어린이 중 5명은 신장투석 등의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울러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을 감안할 때 피해 원생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해당 유치원이 조금만 더 먹는 것에 신경을 썼더라면 이번 사건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제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 하더라도 A 모 유치원이 아이들에게 어떤 음식을 먹이고, 어떤 음식이 상한 것인지를 제대로 판단했더라면 이번 사건은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소소한 것 마저도 지키지 못한 채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고, 교육을 하는 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부모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닐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으로 인해 한 동안 외출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곳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뿐이다. 그런데 막상, 믿고 보낸 그 곳에서 웃음이 아닌 병을 얻어온 아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일 것이고, (부모의) 눈물샘은 아이가 완치될 때까지 결코 마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 보건당국은 원생들이 단체 급식을 통해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유치원에서 제공된 음식 중 일부가 규정대로 보관되지 않아 원인 물질을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당국은 식중독 발생 등에 대비해 보관해 둬야 할 음식 재료를 일부 보관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해당 유치원에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선 당장은 A 모 유치원의 부적절한 관리로 인해 수 많은 원생과 그 부모들은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받고 있다.

그리고 해당 유치원은 이번 사태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크고 아픈 기억을 주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뼈 저리게 각성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A 모 유치원이 준 아픈 기억을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잊지 못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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