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기본소득, 복지 뜯어고치고 증세해도…현 재정수준으론 불가능”

입력 2020-06-08 05:00 수정 2020-06-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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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0-06-07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기본소득제 도입' 전문가 진단…“'전국민 공짜돈 지급' 위험한 발상"

미국ㆍ핀란드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정치권 대선 겨냥 포퓰리즘 불과

전문가들은 정치권에서 최근 화두인 기본소득에 대한 정의가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국민에게 돈을 더 준다’는 식의 개념에서 쟁점이 될 재원 마련 논의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불과하다는 우려다. 이투데이가 7일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기존 복지 시스템을 뜯어고치거나 증세를 통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은 현 재정건전성 수준에선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포퓰리즘적인 정책이 바로 기본소득”이라며 “재원 마련 논의 없이 전 국민에게 ‘공돈’(공짜돈)을 주겠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이 기본소득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좌파 담론’이라고 하는 것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짚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본소득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이를 무작정 논하는 것은 경제민주화만큼이나 포퓰리즘”이라고 경고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든 복지시스템을 통일시키는 것이 기본소득인데 사람들은 지금 주는 것에 더 주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본소득 도입은 해외 사례에서도 실패한 정책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기본소득을 역사적으로 시행한 나라도 없고 대부분 짧은 기간 부분적 실험인 데다 성공적인 결과를 낸 사례가 없다”면서 “미국은 1970년대 실패했고, 핀란드도 실업수당 혜택이 워낙 커 일을 안 하니 국민소득 도입으로 일자리를 강화하자는 측면이었는데 실패했다”고 언급했다. 신 교수는 “핀란드의 경우 25~58세 실업자 2000명을 임의 선정해 1인당 매월 560유로(약 76만 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보장제를 잠시 시행한 것인데 소기의 결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또 기본소득을 도입한 알래스카의 경우는 적은 인구에 풍부한 자원으로 기금을 만들어 1년에 한 번 지급하는 것일 뿐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을 상대로 다달이 돈을 주겠다고 시도하는 나라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 카드를 꺼내며 ‘좌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단 해석은 틀렸다는 평가다. 신 교수는 “외국에서 기본소득은 더 이상 좌파의 어젠다가 아니다”면서 “기본소득은 실업 급여보다 낮을 수밖에 없으며, 재원마련 차원에서도 기본 소득은 이중으로 시행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보수진영에서 다소 파격적인 주장으로 보이는 기본소득 논의는 미국이나 유럽 보수정당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해 온 주제다. 미국에선 보수학자로 불리는 밀턴 프리드먼이 1962년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꺼내 들었고, 영국에선 1979년 대처가 집권할 당시 시장 질서의 유지와 국가 운영의 효율성 차원에서 국민소득이 활발하게 논의됐다. 기본소득이 제공될 경우 시장에서 쓰일 현금이 많아지고, 재원 마련을 위해 사회보장 제도, 각종 사회 수당들을 폐지하면서 국가 운영 효율성도 꾀할 수 있단 판단이었다. 조 교수는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복지시스템을 불도저처럼 밀어 청산하고 설계해야 가능한 것인데 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실현 가능하지 못할 정책에 휘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을 골자로 한 복지 확대는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단 전망이 나온다. 또 재원 마련 방법으로 사회복지시스템 개편이나 증세가 거론되지만 실효성은 없단 지적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빈곤에 시달리는 세대가 은퇴 후 노년층”이라며 “과거 저축할 수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만큼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미래세대가 이에 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미래세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가 빠른데 초고령 사회에는 복지 확대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기초생활이 보장돼 있고 아동수당 등도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없애지 않고는 기본소득이 불가능하다”면서 “어떤 형태로 보더라도 기존 사회복지시스템은 필요하다. 이미 촘촘히 마련돼 있는데 다만 중복된 부분은 파헤치고 사각지대를 메꿀 생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결국 증세로 재원 마련을 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선 경제 성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성장 정책은 관심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여야가 기본소득 재원마련 논의 방향에 접점을 갖고 재정 건전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소득에 대한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기존 복지시스템에서 증세를 통해 기본소득을 추가하잔 것인지, 아니면 기존 복지시스템을 기본소득으로 대체하자는 것인지 이에 대한 접점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기본소득 논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아직 초입 논의단계기 때문에 도입 단계보다는 재원이 어느 정도 가능한지 경제 상황에 맞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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