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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한 토막] 계발과 개발

입력 2020-05-18 17:19

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더 이상 꽂을 데가 없어 책장 정리를 했다. 책장 상단의 책들은 오랫동안 읽지 않아서인지 먼지가 가득했다. 그 사이에 ‘자기개발서’라고 적힌 책들도 나란히 꽂혀 있었다. 쌓인 먼지를 타닥타닥 떨어내다 눈에 띈 책 표지의 문구들, ‘자기계발’과 ‘자기개발’.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표현이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계발이 맞는지, 개발이 맞는지 헷갈려 하는 이들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기계발’ ‘자기개발’ 둘 다 쓸 수 있다. 하지만 의미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계발(啓發)은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주는 것을 뜻한다. “잠재된 창의력을 계발하자” “그는 타고난 소질을 계발해 과학자가 되었다” 등과 같이 사람이 타고난 능력을 깨우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개발(開發)에도 계발과 비슷한 뜻이 있다. “직원들의 능력 개발에 힘써야 한다”처럼 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발달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 외에도 ‘토지 개발’ ‘자원 개발’처럼 토지나 천연자원 따위를 개척하여 유용하게 만든다거나, ‘산업 개발’과 같이 산업이나 경제 등을 발전하게 한다는 뜻도 있다. 새로운 물건을 만들거나 새로운 생각을 내어놓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프로그램 개발’ ‘신약 개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 단어의 정의에서 살펴보았듯이 ‘상태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자기계발’ ‘자기개발’ 둘 다 바른 표현이다.

우리가 계발과 개발 중 어떤 것을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발음이 같아서 생기는 혼동일 수도 있으나, 한자의 쓰임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계발의 계(啓)와 개발의 개(開)는 둘 다 뜻이 ‘열다’이다. 다만 啓에는 ‘일깨우다’는 뜻도 있다. 한자에서 알 수 있듯 계발은 잠재되어 있는 것을 깨우쳐서 발전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개발은 개척하여 발전하게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계발과 개발은 의미상 차이가 있다.

둘의 구분이 헷갈린다면 계발은 타고난 것을 일깨워서 발전시키는 것이므로 ‘선천적’인 것에 기인한 반면, 개발은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 더 낫게 하는 것이므로 ‘후천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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