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입력 2020-04-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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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한 대 처맞기 전까지는.”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이다. 증권사들을 보며 이 말을 곱씹는다. ‘그럴싸한 계획’으로 판을 벌여온 증권사들이 예상 못 한 코로나 충격으로 KO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는 “설마 그럴 리 있겠어”라고 생각한 지점들을 골라 때렸다.

먼저 열심히 발행한 지수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이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원금손실 가능성이 생겼다.

이에 해외 선물거래소들은 기초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에 나섰다. 그 규모가 수조 원에 이르다 보니 증권사들은 기업어음(CP)과 여신전문금융회사채를 대거 찍어내며 단기자금 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ELSㆍDLS 발행 규모는 92조 원에 달한다. 불과 3년 전(49조 원) 대비 2배 이상 불어난 수준이다. 실물경제에 대형 악재가 발생할 경우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있었지만 증권사는 수익을 좇아 발행량을 늘려왔다.

규모를 키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마저 곳곳에서 잡음이 들린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PF에 투자한 시행사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를 발행해왔다. 이 PF-ABCP의 이달 만기 규모가 11조 원에 육박해 자금난을 심화시켰다. ABCP는 통상 3개월마다 차환되는데 시장에서 못 팔면 증권사가 떠안는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부동산 전망이 어두워 시장 소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결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국내 주요 증권사 6곳의 신용등급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디스는 “증권사가 신용 및 유동성 보증 등에 나섰던 건설 프로젝트 등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다수 프로젝트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면 심각한 유동성 위기 및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란 말에서 ‘리스크’(위험)가 ‘리턴’(수익)에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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