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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실업’에 조급해진 트럼프...OPEC+ 중재 안 먹히니 ‘관세 카드’

입력 2020-04-05 12:44 수정 2020-04-05 16:19

“저유가가 일자리 위협할 시 관세 부과”

▲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국무실에서 에너지 업계 경영진과 회동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국무실에서 에너지 업계 경영진과 회동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유가 폭락으로 위기에 처한 자국 에너지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원유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 브리핑에서 최근 저유가 기조와 관련해 “이 가격은 미국의 수많은 일자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수만 명의 에너지업계 근로자들과 그 일자리를 만드는 위대한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뭔가 해야 한다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미국 에너지 업계 경영진과 회동한 뒤에도 “현재로서는 관세를 부과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사용 가능한 수단”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국제유가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기대감에 이틀 연속 폭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2일 24.67% 상승한 데 이어 3일에도 11.9% 뛰어 28.34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전쟁’ 당사국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최대 1500만 배럴의 감산에 합의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유가가 상승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플러스(+)가 유가 안정을 위해 화상회의를 열기로 하면서 감산 합의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OPEC의 협조 감산에 불만이 컸었다. 지난해 말에도 그는 OPEC의 감산 조치에 대해 수차례 불만을 쏟아낸 바 있다. 작년 11월 12일에는 “유가는 공급을 기반으로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12월 5일에는 “세계는 더 높은 유가를 보길 원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등 유가 인하를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최근 유가 폭락에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180도 돌변했다. 채산성을 맞추려면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은 되어야 하는 미국의 셰일오일 산업이 이번에 저유가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셰일오일 업계의 곤경은 재선을 준비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바라지 않는 바다. 에너지 산업이 그의 정치적 지지 기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텍사스 주에는 미국 셰일업체들이 모여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폭락하는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유가 전쟁’ 당사국인 사우디와 러시아 사이에 급히 개입했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OPEC+ 긴급 화상회의를 제안하는 성과도 얻어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국 에너지 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라운드 테이블 회의를 갖고, “빈 살만 왕세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두 세계 석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중재에도 사우디와 러시아의 진통은 계속됐다. 양측은 유가 전쟁 촉발의 원인이 된 지난달 6일 OPEC+ 감산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을 상대국에 미루면서 공방을 벌였다. OPEC+ 긴급 화상회의도 당초 6일에서 9일로 미뤄졌다. 이에 대해 OPEC+ 회원국인 아제르바이잔 에너지부는 4일 “OPEC이 회의를 9일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며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저유가가 미국의 일자리를 위협하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미국의 고용시장은 코로나19로 쑥대밭이 됐다. 미 노동부는 3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70만1000개 감소했다고 3일 발표했다. 신규 일자리가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10년 9월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미국의 실업률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로 평가되는 3%대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 해고가 잇따르면서 113개월 연속되던 미국 일자리 시장의 최장기 호황에도 공식적으로 마침표가 찍혔다.

문제는 이번 고용 지표가 3월 중순까지 집계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것이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시장 충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해당 통계에는 미국이 지난달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셧다운’에 들어간 이후 상황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실업 대란의 정확한 충격은 4월 고용지표부터 드러나게 된다는 의미다. 구직사이트 ‘인디드’의 닉 벙커 리서치디렉터는 “위기의 완전한 충격이 가해지기 직전에 일자리 시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앞으로 몇 달 간 벌어질 상황을 어떤 단어로 묘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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