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로 잔뜩 움츠러든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꽁꽁 얼어붙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주택 거래 절벽과 함께 집값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2ㆍ16 부동산 대책 전인 지난해 11월 1만1488건을 기록했다. 전달(1만1518건) 역시 1만 건을 넘겼다. 그러나 12ㆍ16 대책 여파에 12월 거래량은 16.4%(1894건) 줄었다. 올해 1, 2월 거래량은 각각 6381건, 6767건으로 더 쪼그라들었다. 11월 대비 감소폭은 44.5%, 41%에 달한다.
실거래 신고기한이 지난달 21일 이전까진 60일이었던 만큼 1, 2월 실제 거래량은 이달 말께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지만 12ㆍ16 대책 이전의 거래량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특히 고가주택을 겨냥한 정부의 대출 규제 압박에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난해 11월 21%에서 1월 12%로 쪼그라들었다.
3월 매매 거래시장은 더 위축될 전망이다. 대출 규제에다 이달부터 부동산 거래 자금출처 조사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에 국내외 경제 여건마저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택시장의 불확실성도 덩달아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주택시장을 진단하는 각종 통계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직전 일주일 사이 0.04% 상승했다. 2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된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매달 내놓는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에서 서울의 3월 전망치는 70선이 무너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주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택사업 경기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지원센터 부장은 “강도 높은 정부 규제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집값 상승 기대감이 빠르게 꺾이고 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집값 약세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