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까다로운 세계은행 ‘전염병 채권’...감염 확산에도 무용지물

입력 2020-02-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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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이 발행한 ‘전염병 채권’ 가격 추이. 출처 WSJ
▲세계은행이 발행한 ‘전염병 채권’ 가격 추이. 출처 WSJ

중국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석 달째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세계은행(WB)이 발행한 ‘전염병 채권’ 자금 지급이 시험대에 올랐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2017년 전염병 채권을 처음으로 발행했다. 세계적 전염병에 신속 대처하기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서다. 2014년 에볼라 발생 초기 자금이 모자라 제때 대응하지 못해 1만1000명의 사망자를 낸 경험이 바탕이 됐다.

전염병 채권의 만기는 3년이며 종류는 2가지다. 하나는 인플루엔자 및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용 채권으로 2억2500만 달러(약 2600억7000만 원) 규모로 발행됐고 금리는 8% 정도다. 또 다른 하나는 에볼라나 고열병성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채권으로 13% 금리에 9500만 달러 규모로 발행됐다. 이 두 채권의 만기는 올해 7월이다.

채권 수익률이 기존 금리보다 매우 높아 매력적인 반면, 재해 발생 시 세계은행의 ‘유행병 긴급 자금 조달 창구(PEFF)’로 자금 지급이 촉발돼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구조다.

문제는 채권의 자금 지급 기준이 너무 높아 전염병 확산 차단이라는 채권의 소기 목적 달성이 어렵다는 데 있다.

자금이 지급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최소 12주간 전염병이 지속돼야 한다. 두 번째 조건은 채권 종류에 따라 다른데 인플루엔자 채권의 경우, 한 국가에서 최소 2500명이 사망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 사망자가 최소 20명을 넘어야 한다. 이 두 지역 중 한 곳은 선진국이어야 하며 특정 비율 이상으로 전염이 확산돼야 한다. 에볼라 채권은 한 국가에서 사망 최소 250명, 두 번째 국가에서 최소 20명의 사망자가 나오면 자금 지급이 촉발된다.

중국 코로나19 사태의 경우, 최소 12주간 전염병 확산이 지속된 데다 중국 내 사망자가 2000명을 넘었지만 중국 이외 지역 사망자가 3명이어서 현재로서는 지급 대상이 아니다.

2018년 콩고에서 에볼라가 발병했을 때도 2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으나 두 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전염병 채권의 자금 지급이 촉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채권 자금의 지급이 너무 늦다고 지적한다.

올가 조나스 세계은행 전 경제 고문은 “채권의 전체 구조가 지급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면서 “12주의 시간은 너무 긴 시간으로 전염병이 통제가 안 되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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