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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허술한 어린이집 결핵 관리

입력 2019-11-04 17:21 수정 2019-11-05 19:19

최영희 중기IT부장

아이를 키우는 일은 언제나 힘들다. 그런데 최근 그렇지 않아도 바쁜 아침 시간에 아이와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바로 약을 먹이는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결핵약을 먹이고 있다. 공복에 먹여야 한다. 아침 식사 30분 전에 먹여야 하니 아침엔 초를 다투게 된다. 게다가 결핵약은 일반 약과 다르다. 영유아를 위한 약들은 대부분 시럽 형태다. 하지만 결핵약은 가루다. 시럽 형태의 약 자체가 없어서다. 당연히 아이는 먹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아침부터 진을 빼고 우리 부부는 출근 준비를 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결핵 환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약을 먹이고 있다. 총 3개월 동안 먹여야만 하는 상황. 그 배경은 허탈하다.

지난달 어린이집에서 급한 전화가 왔다. 어린이집 0세반 보조 선생님이 결핵 환자로 판별이 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일 질병관리본부에서 설명을 할 예정이니 참석하라고 했다. 우리 아이가 바로 0세반에 속해 있다.(참고로 우리 아이는 18개월 가량 됐다) 0세반은 총 6명이다.

부랴 부랴 휴가를 내고 다음날 어린이집으로 갔다. 어린이집 부모 약 60여 명이 모두 모였다. 이날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 직원들이 나와 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명을 했다. 결핵 양성 판정을 받은 선생님은 1·2차 검사에서 결핵 음성 판정이 나와 채용을 했다. 그런데 3차 검사(배양)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한다. 배양 검사는 최소 2주에서 길게는 8주까지 걸린다고 한다. 1·2차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기에 채용 절차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쩌겠나. 법이 그렇게 되어 있는걸. 시끌벅적 성토의 장이 벌어진 뒤, 0세반 부모들은 별도의 상담을 받았다. 상담 결과는 정말 기가 막혔다. 24개월 미만 아이들은 결핵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도 3개월간 해당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서둘러 모든 선생님들과 원생들이 엑스레이 검사를 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선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 0세반 아이들은 별도로 인근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기가 막힌 일은 이날 또 일어났다. 의사 선생님이 엑스레이를 다시 찍어야 한다고 했기 때문.

“며칠 전에 질병관리본부에서 찍었다. 엑스레이가 좋지도 않은데 왜 또 찍느냐”고 물으니 돌아온 답이 가관이다. “질병관리본부를 믿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에서 질병관리본부를 믿을 수 없다니 대체 이게 무슨 시스템인가. 하지만 어쩌겠나. 결국 또다시 엑스레이를 찍고, 2차 검사까지 받았다. 결과는 다행스럽게도 6명 모두 음성이었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 매일 아침 아내와 나는 전쟁을 치른다. 앞서도 말했듯 약을 먹이는 게 만만치 않아서다. 맞벌이 부부인지라 그렇지 않아도 바쁜 아침 시간에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 소변을 보면 색깔이 빨갛다. 약 때문이다. 이런 전쟁을 앞으로도 2개월 이상 더 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의 결핵 소동은 1년에 5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양성 판정이 난 경우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허술한 시스템으로 고생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생각해 보라. 이래선 곤란하다. 결핵 3차 검사까지 완료한 이들만 어린이집 선생님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만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9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 미만을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출생아 수는 2만4408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973명(10.9%) 감소했다. 인구절벽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각종 출산 지원금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원금보다 시스템의 개선이 더 시급하다.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선행되어야 안심하고 아기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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