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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속으로] 중동에서 불어오는 달콤한 기회

입력 2019-09-25 17:44 수정 2019-09-26 18:00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양인은 동양인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동남아 사람과 동아시아 사람 정도 구별할지는 몰라도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옆에 지나가는 사람이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생김새로 일본인임을 대번에 안다. 그렇지만 우리라고 사우디아라비아인과 이란인의 차이를 알까? 우리 역시 구별하지 못한다. 우리 눈에는 비슷해 보이는 그들도 우리와 일본인처럼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은 이슬람 문명 내 패권을 다투는 양대 강국이다. 우리 눈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우디와 이란은 견원지간이다.

유목 부족에 불과했던 사우디 가문이 창건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원리주의와 석유의 힘으로 아랍의 패권국이 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의 무기화’를 통해 이스라엘에 맞서면서 출현한 오일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중동 내 지위를 강화해준 계기가 됐다. 이를 기점으로 영국과 미국 주도의 석유 질서가 변했고, OPEC이 그 지위를 대체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 체제의 중심이고, 미국 메이저 정유회사의 지분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100% 국유화한 회사가 ‘아람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이란은 1979년 팔레비 정권이 무너지기 전까지 이슬람 원리주의와는 거리가 먼 친서방 국가였다. 미국으로부터 페르시아 만의 안보를 부여받고, 국내적으로 자유를 억압하는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했다. 1970년대 한국 경제개발은 오일머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늘날 서울 강남의 역삼에서 삼성역으로 이어지는 테헤란로는 1977년 서울과 테헤란과의 자매결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1979년 가장 세속적이던 이란이 이슬람 원리주의 신정국가로 탈바꿈한다. 바로 호메이니에 의한 신정 일치 국가의 출현이다. 이후 개방적이고 세속적이던 이슬람 국가는 반미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로 변신한다.

사우디와 이란 모두 정치보다 신앙을 우선시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국가의 갈등 배경은 바로 ‘이슬람 종교’다. 이란은 시아파, 사우디는 수니파의 맹주이기 때문이다. 2016년 이란이 국제 사회에 복귀하자 사우디는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한다. 이후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이 격화한다. 시아파와 수니파의 차이를 하나만 고른다면, 성직자의 존재 여부다. 수니파는 누구나 이맘(성직자)이 될 수 있지만, 시아파는 이맘의 차별적 권위를 인정한다. 성직자가 정치권력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이란의 신정일치가 가능한 배경이다. 이와 달리 1932년 이븐 사우드가 사우디를 창건한 이후 여전히 사우디는 창건자 가족에게서 나온 35개의 가문과 7000여 명의 왕자가 정치와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제정국가이다.

14일 사우디 아람코 소유의 원유 생산시설이 예멘 후티 반군으로부터 피격당했다. 약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받았고, 이는 사우디 산유량의 58%(글로벌 생산 5%)에 해당한다. 이는 사우디의 잉여 생산능력을 고려할 경우 403만 배럴의 공급이 부족한 수준이며, OPEC의 노후된 잉여 생산능력까지 총동원한다 하더라도 107.5만 배럴이 모자란다.

중동 지역에서 가장 안전한 조달처인 사우디가 피격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유가는 움직였다. 중동으로 가는 길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우디-이란 간 지정학적 이슈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지만, 주독일 사우디 대사가 대(對)이란 공격 옵션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듯이 사우디는 이란과의 갈등을 증폭시키려 한다. 사우디 시아파는 동부에 밀집해 살고 있다. 동시에 사우디 유전의 80% 이상이 집중된 곳도 동부다. 2016년 사우디 정부가 국제 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동부지역의 시아파 지도자를 처형했다. 동부 담맘 부근인 아브카이크 탈황 석유 시설과 쿠라이스 유전 피격을 단순하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수요가 약하니 공급 충격은 제한적일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시장 예상과 달리 시설 복구에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아람코 측은 9월 말까지 손실된 석유 생산능력(570만 배럴)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 가능하다고 하지만, 아람코의 언급은 성공적 IPO를 위한 방어적 태도일 뿐, 실제로 가동 회복의 지연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파이프라인ㆍ저장시설ㆍ탈황설비 등 피격 시설들의 복구 기간에 의구심이 든다. 중동 리스크 프리미엄이 당분간 유지된다고 시나리오에 반영하면, 당분간 유가는 60달러 전후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원유 공급이 감소할 수 있는 이슈인 것은 맞지만,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상승한다거나 글로벌 경기 둔화까지 언급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당분간 해협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질 것이다. 미국도 상황을 애써 빠르게 개선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전 완료했다’라는 초기 위협과 달리 군사적 보복은 선택 카드에서 제외했다. 2009년에 전 세계 산유량에서 15% 수준을 생산하던 미국은 현재 41%를 생산한다. 원유의 중동 의존도가 감소한 상황에서 불안정한 중동보다 미국의 원유를 원하는 국가가 늘어날 수 있다. 미국의 원유 수출 인프라, 바로 VLCC 접안시설은 확충되고 있다. 이후 선주들의 VLCC 및 LNG선 발주를 기대하는 이유이다. 한국의 조선에는 긍정적 변화이다.

다가오는 10월, 이태원에서 지구촌 축제가 열린다. 이태원의 모스크(이슬람 사원) 근처에는 할랄푸드를 파는 마트와 이슬람 레스토랑, 디저트 가게들이 있다. 축제 기간 이슬람 문화를 즐기자. 무엇보다 이슬람식 디저트는 새로운 세계다. 모양이 예쁜 프랑스식 디저트와는 결이 다른 찰나의 달콤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외부 상황은 우리가 해결할 수 없다. 그들의 문화를 알고 대응할 수 있을 뿐이다.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은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갈등 속에 숨어 있는 달콤한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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