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제’ 거장 베르톨루치 감독 별세…향년 77세

입력 2018-11-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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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몽상가들 등 명작 남겨…마지막 황제로 아카테미 9개 부문 휩쓸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연합뉴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연합뉴스
세계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탈리아의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별세했다.

현지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오랜 기간 투병한 베르톨루치 감독이 로마의 자택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26일(현지시간) 전했다. 향년 77세.

베르톨루치 감독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년)’, ‘1900년(1976년)’, ‘마지막 황제(1987년)’, ‘몽상가들(2003년)’ 등으로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랐다. 청나라 마지막 황제의 운명을 그린 ‘마지막 황제’로 1988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9개 부문을 휩쓴 그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유일한 이탈리아 감독이기도 하다.

1941년 이탈리아 북부 파르마에서 유명한 시인 아틸리오 베르톨루치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당대 주요 문화계 인사들과 활발히 교류하던 부친의 영향으로 유년 시절부터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했다.

영화에 전념하기 위해 로마 ‘라 사피엔차 대학교’를 중퇴한 그는 아버지의 친구였던 문학비평가 겸 영화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본격 입문했다.

1962년 ‘냉혹한 학살자’가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이탈리아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한 작품이나,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인물들 간의 성적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베르톨루치가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한 것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합작했으며, 베르톨루치의 모국인 이탈리아에서는 제작한 지 12년이 지난 1987년까지 극장에 걸리지 못했다.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로 보수적인 이탈리아 당국이 상영 금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지난 2007년 여주인공이었던 마리아 슈나이더가 영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간 장면을 합의 없이 찍었다고 밝히며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영화 촬영 당시 19세이던 슈나이더는 당시 48세였던 말론 브란도에게 영화 속에서 실제로 강간을 당한 것처럼 느꼈다며 트라우마를 토로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인터뷰 장면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논란과 비난이 이어지자 베르톨루치 감독은 2016년 “동의가 되지 않았던 부분은 강간 장면 자체가 아니라, 이 장면에서의 버터 사용 여부였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10대 청소년들의 방황과 성장을 담은 영화 ‘이오 에 테’(너와 나)로 녹슬지 않은 감각을 과시한 그는 말년에 지병으로 몇 년간 휠체어에 의지했다.

그는 2007년에는 그간의 공적을 인정받아 베니스영화제 특별상인 명예 황금사자상, 2011년에는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의 사망 소식에 이탈리아 문화계는 슬픔에 잠겼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로 1998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감독 겸 배우 로베르토 베니니는 “이탈리아 영화의 ‘마지막 황제’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아쉬워했다. 생전 베르톨루치 감독과 각별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 베니니는 “그는 우리 가족의 일부이자 형제이며, 지적인 동반자이자 완전한 천재였다. 또한, 언제나 진실을 말하는 데 인정사정없는 투사였다”며 “그의 영화는 20세기의 경이로운 업적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베르토 보니졸리 이탈리아 문화장관은 “베르톨루치는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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