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경영 명암] 어제의 위기에서 내일의 희망을 쏜 리더십

입력 2018-10-0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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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강한 뚝심 경영..“신뢰도 개선 위해 인식전환 노력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이 지난달 20일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이 지난달 20일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토요타나 스타벅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위기 상황에서는 전문경영인보다 오너 경영이 더 효과적입니다.” 재계 고위 관계자의 이 말은 위기에는 조직을 장악해 분열을 막아야 하는데, 이는 전문경영인보다 오너체제가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위기 극복 처방이 실패하거나 개선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으면 전문경영인은 리더십에 타격을 받는다. 반면 오너는 이런 실패에서 일면 자유로운 면이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갑질 논란 등 오너 이슈 문제로 여러 곤란을 겪기도 한다. 주가가 하락하고, 불매 운동도 벌어진다. 기업 총수가 정부로부터 조사를 받으며 임직원의 자존심에 상처가 난다. 특히 총수가 수사를 받게 되면서 부재시에는 경영 공백기가 생겨 의사결정과 사업 추진이 무뎌지고, 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경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건 오너 경영의 힘이다. 오너경영의 장점을 최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전문경영인보다 오너경영이 장기적 안목에서 유리” =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회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초격차’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건희 회장의 뚝심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한국 반도체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투자를 결정했던 그의 기업가 정신이 현재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너경영의 장점을 잘 표현한 설명이다. 권 회장은 또 전문경영인 특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그들은 언제나 자신이 책임을 지고 있는 기간 중에 이익을 발생시켜서 자신의 뛰어난 경영 능력을 인정받으려고 한다”며 “좀 더 심하게 말하면 그들은 당장 눈앞에 이익이 생기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뿐, 미래를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8년 토요타는 세계 금융위기로 촉발된 극심한 판매 부진에 직면했다. 이때 나타난 인물이 오너가 출신 토요타 아키오였다. 아키오 취임 직후 토요타는 또 다른 위기에 봉착했다. 토요타 운전자 가족이 미국에서 차량 결함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2010년 토요타는 1000만 대를 리콜했다. 급격한 경영 압박과 소비자 신뢰 하락도 겪었다. 하지만 당시 아키오 사장은 중장기 변화를 과감하게 추진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토요타는 과거 위기를 넘어섰다. 굴지의 기업 스타벅스 또한 2008년 위기에 봉착했다. 이때 CEO에서 물러난 지 8년이 지난 창업주 하워드 슐츠가 다시 CEO로 경영에 복귀했다.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오너 3세 이재용 부회장은 2016년 배터리 발화 사태를 겪은 갤럭시노트7을 전량 리콜하기로 결단한다. 경제적으로는 큰 손실을 봤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높아졌다.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9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스마트폰 1위를 지키고 있다. 중장기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도 오너경영이 효과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하는 등 신성장 발굴에 앞장서왔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구속수감되며 삼성의 대형 인수합병(M&A)은 멈췄다. 이 부회장은 올 초 석방되자마자 전 세계 주요 지역에 인공지능(AI) 거점을 세우는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오너 일가 “도덕성이 중요” = 오너경영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너일가의 비리 및 갑질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전문경영인의 경우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오너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최근 항공업계와 제약업계에서 갑질 논란이 끊이질 않았고,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주요 기업 오너들이 구속수감되기도 했다.

오너 일가의 행동이 그 기업 신뢰도를 높이기도 한다. 최근 세아제강은 이태성 부사장 상속세를 완납하면서 세간에 ‘착한 기업’으로 언급되고 있다. “당연히 내야 하는 세금을 원칙대로 냈을 뿐이다. 세아가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진 존재인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겸 세아베스틸 대표이사 부사장이 1700억 원의 상속세 완납을 앞두고 밝힌 소회다. 경영승계 과정에서 15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완납한 경우는 교보생명(1830억 원), 오뚜기(1500억 원) 등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의 상속세율을 부과하는 한국에서 오너 일가의 상속세 완납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013년 부친 이운형 회장이 갑자기 작고하며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의 최대주주가 됐다. 가족 가운데 가장 많은 재산을 물려받으며 1500억 원의 상속세 대부분을 부담하게 된 이 대표는 편법 상속이 아닌 정공법을 택했다.

구본무 회장의 타계로 최근 LG그룹 회장에 오른 구광모 대표 역시 상속세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고 구본무 회장이 제정한 ‘LG 의인상’은 국민들로부터 찬사를 얻었다. ‘사재 출연’하면 흔히 부실기업의 대주주가 책임을 지기 위해 본인 돈을 내놓는 행위지만 고 구 회장은 누군가에게 상을 주기 위해 사재를 출연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재벌개혁을 앞세워 기업인들을 적폐 취급하는 분위기여서 안타깝다”며 “오너 경영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없애기 위해 기업 스스로도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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