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이동욱 “개인투자자도 블록딜 참여…요즘 ‘애국’한다는 말도 들어요”

입력 2018-08-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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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너티브 투자자문 대표…할인 가격에 대량 매입, 자산가 입소문에 판매 성공

▲이동욱 얼터너티브 투자자문 대표이사가 서울 강남구 대림아크로텔 사무실에서 투자자문 사업을 시작한 동기와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 대표는 “소외됐던 개인투자자의 블록딜 시장 참여를 넘어 모험자본의 공급과 엑시트에 대한 선순환 구조 구축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승현 기자 story@
▲이동욱 얼터너티브 투자자문 대표이사가 서울 강남구 대림아크로텔 사무실에서 투자자문 사업을 시작한 동기와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 대표는 “소외됐던 개인투자자의 블록딜 시장 참여를 넘어 모험자본의 공급과 엑시트에 대한 선순환 구조 구축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승현 기자 story@
“모험자본은 공급만큼이나 엑시트(자금회수)가 중요하다. 엑시트 과정에 참여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블록딜 투자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장은 외국계 헤지펀드가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데, 이 구조를 깨고 싶다.”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은 보통 개인투자자들에게 ‘주가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일단 물량이나 금액 측면에서 개인이 참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블록딜 소식이 전해지면 주가가 하락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블록딜이 ‘기관투자자만의 리그’로 치부됐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최근 신생 얼터너티브 투자자문이 최초로 블록딜 매매에 투자하는 펀드와 랩(Wrap) 상품을 출시, 한 달여 만에 2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끌어모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동욱 대표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면 개인도 얼마든지 블록딜에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100억 총알’ 국내 증권사도 드물어

◇‘1조’ 삼성전자 블록딜도 외국계 헤지펀드 손에 = 블록딜은 웬만한 국내 기관투자자도 접근하기 어렵다. 대량 물량을 한 번에 받으려면 최소 1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집행돼야 하지만 그만한 ‘총알’을 한꺼번에 장전하고 있는 증권사는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가장 자금 집행력이 큰 증권사가 80억 원 정도이고, 나머지 증권사들은 30억~40억 원 수준”이라면서 “결국 국내에서 발생하는 블록딜은 한 번에 1조~2조 원의 자금을 대고 물량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독식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1조 원 삼성전자 지분 블록딜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2000억 원 규모(롯데쇼핑) 블록딜 물량 역시 해외에서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아무리 고액자산가라도 개인이 블록딜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개인이 가진 돈을 펀드나 랩 형태로 대규모로 모은다면, 블록딜 시장에서 충분히 앵커(핵심) 투자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블록딜은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하기로 미리 약속하는 대신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받아간다”면서 “할인율을 높이려면 그만큼 한꺼번에 가져올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중요한데, 펀드 형태로 모은다면 개인도 충분히 블록딜 투자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라이빗 딜’에만 참여 원칙으로

이 같은 판단에 그가 시장에 처음으로 내놓은 것이 블록딜 사모펀드 ‘케이클라비스-얼터너티브 블락딜 목표달성형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이다. 이 펀드는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펀드 출시 직후 하나은행의 2개 PB센터에서만 250억 원어치가 판매됐다. 6월 초 판매 시작 한 달여 만에 14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뒤이어 NH투자증권과 손잡고 내놓은 랩(Wrap) 상품인 ‘얼터너티브-블럭딜랩’도 500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번 주 펀드와 랩으로 모인 자금이 2000억 원이 넘으면, 바로 소프트클로징(일시판매중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단 모인 자금을 바탕으로 목표수익률을 달성해 시장에 수익성을 입증하고 블록딜 시장 규모가 더 커지면 외형을 점차 키워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가 제시하는 블록딜 펀드와 랩 수익률은 연 7%다. 연 7% 플러스알파를 창출하면 알파에 대한 성과보수를 받는다.

이 대표는 “주식형 펀드는 주가가 올라야지 수익률이 오르는 개념이라면, 블록딜 펀드나 랩은 규모 있게 블록딜 물량을 받아와 딜을 소싱해 자금을 집행하는 순간부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적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딜에 참여하는 투자자가 극소수인 ‘프라이빗 딜’에만 참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사실상 공개 입찰 성격을 띠는 퍼블릭 딜은 할인율도 낮은 데다 매수자들이 많아 지분 인수 후 주식을 경쟁적으로 팔아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급락세를 면치 못했던 한국항공우주가 대표적인 퍼블릭 딜의 예”라고 말했다.

동부증권서 딜브로커리지팀 브랜드화

◇“블록딜 중개 제대로 해보자” 딜브로커리지팀 브랜드화 = 이 대표가 블록딜 시장에 발을 처음 들인 것은 2013년 말이다. 2004년 우리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동양증권, 동부증권 등으로 여러 차례 회사를 옮겼지만 대부분 지점에서 주식 브로커리지 업무를 맡았다. 그러다 2013년 말 동부증권 동부금융센터 지점에서 우연찮게 블록딜을 중개하는 업무를 맡게 된 것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블록딜 중개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자 그를 주축으로 블록딜 전담팀이 결성됐다. 팀장을 맡게 된 이 대표는 전문성 확대를 위해 ‘딜브로커리지’라는 팀명까지 만들어 블록딜 전담팀을 브랜드화했다. 그러다 본사에서 사업성을 인정받아 딜브로커리지팀을 이끌고 S&T사업부에 합류하게 됐다. 그가 2014~2017년에 진행한 블록딜은 총 50여 건. 매매 규모는 4000억 원에 달한다. 3년간 구축한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밑천 삼아 지난해 7월 블록딜 특화 자문사 얼터너티브투자자문을 설립했다. 그는 “증권사에서 블록딜 중개를 하면서 국내 기업의 딜인데도 자금력이 좋은 해외 헤지펀드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다고 생각했다”면서 “개인투자자들도 블록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자 애국하고 있다는 덕담까지 듣는다”고 말했다.

블록딜, 투자금 엑시트 수단의 하나

◇제2의 도전, 사모 중개 전문증권사 제도에 주목하는 이유 = 이 대표는 “블록딜이 투자금의 엑시트 수단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 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공급만큼이나 엑시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투자자가 투자를 통해 제대로 수익을 내고 돈을 회수할 수 있어야 또 벤처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느냐”면서 “모험자본 공급과 엑시트 선순환 구조가 중요한데 투자와 엑시트가 블록딜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외됐던 개인투자자의 블록딜 시장 참여를 통해 모험자본의 공급과 엑시트에 대한 선순환 구조 구축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블록딜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장 요건을 크게 완화하면서 더 많은 기업이 증시에 데뷔한다고 가정한다면 벤처에 투자하고 상장 후 수익을 내서 자금 회수하려는 기관투자자, 대주주들의 자금회수 수요도 커질 컷이란 판단이다.

하루 5개 안팎 미팅…해외 자금 유치 준비

펀드와 랩으로 2000억 원이라는 두둑한 총알을 확보한 이 대표는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영역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사모 중개 전문증권사 제도가 생기면 비상장주식 중개에도 뛰어들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1월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의 공급과 중개 기능을 높이기 위해 비상장주식과 코스닥·코넥스 주식, 펀드 자본 등의 사모 중개 업무를 하는 ‘사모 중개 전문증권사’ 제도를 신설키로 했다. 사모 중개 전문증권사에 대해서는 인가제 대신 등록제를 적용하고, 자본금 요건은 30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완화할 계획이다. 그는 “사모 중개 전문증권사 제도 신설되면 국내 최초로 비상장 주식 중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다”면서 “이를 위해 해외 투자 유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리 IPO 시장도 하나의 블록딜 시장이라고 봤다. 비상장 기업이 증시에 상장되면 블록딜로 자금 회수 수요가 발생할 수 있으니 넓게 보면 사업적인 밸류체인이 이어진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미 이 사업을 염두에 두고 올해 상장 예정인 비상장 종목에 지분 투자도 진행했다.

신생 자문사이다 보니 대표가 직접 일일이 미팅을 챙긴다. 하루에 여의도와 강남을 오가며 보통 5개의 미팅을 소화한다. 그는 “올해는 블록딜 펀드와 랩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열심히 발로 뛸 계획”이라면서 “하반기에는 비상장 사모 중개 사업을 위해 해외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발판을 다질 생각이다. 해외 비즈니스로 확장하려고 영어, 중국어 등 어학 실력이 출중한 인력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동욱 얼터너티브 투자자문 대표는...>

1976년생으로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4년 우리투자증권에 입사하며 자본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리테일 쪽에서 경력을 쌓다 2008년 동양종금증권(옛 유안타증권)을 거쳐 동부증권(옛 DB금융투자)에서 2013년 말 블록딜 관련 업무를 처음 맡았다. 이후 블록딜 업무를 전담하는 딜브로커리지팀장으로 활동하다 2017년 얼터너티브 투자자문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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