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환자, 왜 피켓을 들었나⑤-끝] 최철규 보암모 회장 “직접적 암치료 개념은 허위”

입력 2018-06-05 11:01 수정 2018-06-0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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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센터 구성, 회원 1000명 돌파…보험금 不지급 이슈, 업권 전체로 확대시킬 것

▲최철규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 환우 모임) 회장이 서울의 한 카페에서 “보험사가 보험금 부지급에 대한 책임을 금융감독원에 전가하며 보상을 차일피일 미룬다”며 보험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story@
▲최철규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 환우 모임) 회장이 서울의 한 카페에서 “보험사가 보험금 부지급에 대한 책임을 금융감독원에 전가하며 보상을 차일피일 미룬다”며 보험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story@

"아내가 암(癌)에 걸렸다. 직장암 3기였다. 2003년부터 2년간 보험설계사 활동을 했던 아내는 암보험 상품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암에 걸리면 무조건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최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투데이와 만난 최철규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위원회 회장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이따금씩 숨을 고를 때면 앙다문 그의 입술이 '모호한 약관'으로 촉발된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보험금 지급 분쟁의 심각성을 짐작케 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ING생명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다. 외로웠다. 최 회장은 “혼자 대응하기에 상대는 너무 거대했다”며 “단체행동이 필요한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그렇게 20여 명의 사람들을 모아 보암모의 전신인 ‘암입원일당 보험금 부지급 보험사 고발센터’를 만든다. 1월에는 500명이 모였고, 2월이 되자 1000명까지 회원이 늘었다.

사람이 모이자 힘이 생겼다. 각자의 자리에서 개별 보험사들을 향했던 아우성이 보험업권 전체로 커졌다. 하지만 최 회장은 보험금 부지급 문제가 단순히 보험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최 회장은 “보험사에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전화를 걸 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금융감독원이 지급하라고 하면 주겠다’는 말뿐이었다”면서도 “정작 금감원은 이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금감원의 반응은 책임 회피였다. 당시 금감원은 각 보험사들에 ‘금감원이 보험금을 지급하라면 주겠다’는 식의 내용을 소비자에게 전달하지 않도록 일종의 관리 차원의 공문을 보낸 것이 유일한 조치였다. 최 회장은 “그 이후로 보험사들은 금감원 대신 ‘삼성생명이 지급하면 우리도 주겠다’ 식의 말도 안 되는 입장만 되풀이했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보암모 회원들은 2월 26일부터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매주 화요일 플래카드를 걸고, 피켓을 들었다. 그렇게 공식적으로 총 6차례 집회를 열었다. 보암모가 보험금 지급에 대해 내세우고 있는 쟁점은 두 가지다.

우선 보험사들이 암보험금 부지급의 근거로 삼고 있는 ‘직접적 치료’라는 개념은 허위라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현재 보험사들이 주장하고 있는 ‘직접적 치료’라는 약관 문구는 2014년 4월 이후에 나온 것”이라며 “그 전 약관을 보고 보험에 든 가입자들한테는 직접치료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금을 100%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4월 보험사 34개사 중 27개사는 암 입원보험금 지급요건을 ‘암 치료를 직접목적’에서 ‘암의 직접적인 치료목적’으로 변경했다.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도 쟁점이다. ‘직접적인 암치료’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하면 된다는 내용의 근거는 2008년 대법원 판례다. 최 회장은 “요양치료에도 암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2016년 대법원 판례가 있는데도 보험사나 당국은 여전히 2008년 판례만을 인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그는 “2008·2016년 판례 모두 앞선 대법원에서 심리를 하지 않은 심리불속행”이었다며 “따지고 보면 사실상 두 판례 모두 근거로서는 힘이 없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대법원 판례만을 근거로 삼는 보험사와 당국의 기준점도 지적했다. 그는 “보험 가입자가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가기란 쉽지 않고, 보험사들 입장에서도 굳이 대법원까지 가서 좋을 게 없다”며 “1, 2심까지 다 따져보면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례도 많은데 정작 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쟁점들을 토대로 최 회장이 1차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암보험 분쟁조정 결과다. 현재 금감원은 700건이 넘는 암보험 관련 분쟁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결론이 7월 중에 나올 전망이다. 최 회장은 “6·13 지방선거 전후로 본격적인 활동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면서 “분쟁조정 결론이 나기 전에 광화문 집회, 국회 공청회 등을 열어 금감원에 우리 목소리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보험금 부지급 이슈를 보험업권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암보험뿐만 아니라 자동차 사고, 희귀성 질환 등 수많은 보험 부지급 분쟁이 있다”며 “다른 단체들과 힘을 모아 환우협회를 만들고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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