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결사(決死)와 열애(熱愛)

입력 2017-10-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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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취업도 힘들고 노동조건도 열악한 경우가 많은 데다가 사회적으로는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해 있고 세대 차이와 빈부격차도 심하다 보니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시위 현장에 내걸린 구호들을 보면 하나같이 “결사반대”라는 말이 들어 있다.

결사는 ‘決死’라고 쓰고 각 글자는 ‘결단할 결’, ‘죽을 사’라고 훈독한다. 그러므로 決死는 ‘죽기를 결단하고’, 즉 ‘죽기로 마음먹고’라는 뜻이다.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탓에 죽기를 각오하고 반대하는 것이 바로 ‘결사반대’인 것이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저렇게 극단적인 표현을 했을까 하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굳이 저런 극단적인 표현을 해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연예계 뉴스를 접하다 보면 ‘열애’라는 단어와 자주 마주치곤 한다. 연예인들의 교제를 알리는 기사는 무조건 ‘열애 중’이다. 며칠 전에도 수영선수 박태환이 고(故) 박세직 전 서울시장의 손녀와 1년째 ‘열애 중’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열애는 ‘熱愛’라고 쓰며 각 글자는 ‘뜨거울 열’, ‘사랑 애’로 훈독한다. ‘뜨거운 사랑’이라는 뜻이다. 물론 연인끼리 뜨겁게 사랑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보다는 물처럼 담담하게 흘러가는 사랑이 더 진실하고 영원한 경우가 훨씬 많다. 본인들은 오히려 담담하고 진지하게 사랑을 가꿔가고 있는데 주변이 나서서 자꾸 열애라고 부추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쉬이 뜨거워진 것은 식기도 쉽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열애가 파경으로 변한 경우도 많다.

결사든 열애든 다 과격한 표현이다. 시위만 했다 하면 ‘결사’이고, 남녀 간에 교제만 했다 하면 으레 ‘열애’라고 표현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허전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말을 크게 하는 허세보다는 차분한 가운데 결기가 있는 구호를 외치고, 뜨겁기보다는 물처럼 담담한 가운데 착실하게 다지는 사랑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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