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만에 반공법 혐의 벗은 ‘납북어부’ 박춘환씨 “날 빨갱이로 몰던 반백년 세월이 야속해”

입력 2017-10-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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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연평도 인근서 北경비정에 잡혀…옥살이·고문·주변 따가운 시선까지 상처

▲1968년 조기잡이 중 납북됐다가 간첩과 반공법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박춘환(71)씨 등 납북어부 3명이 사건 발생 49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피고인 3명 중 박씨를 제외한 선장 오경태씨, 선원 허태근씨는 이미 숨져 가족이 대신 재판정에 나왔다. 왼쪽부터 허태근씨 부인, 오경태씨 딸. 박춘환씨. (사진=연합뉴스)
▲1968년 조기잡이 중 납북됐다가 간첩과 반공법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박춘환(71)씨 등 납북어부 3명이 사건 발생 49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피고인 3명 중 박씨를 제외한 선장 오경태씨, 선원 허태근씨는 이미 숨져 가족이 대신 재판정에 나왔다. 왼쪽부터 허태근씨 부인, 오경태씨 딸. 박춘환씨. (사진=연합뉴스)

1968년 조기잡이 중 납북됐다가 간첩과 반공법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박춘환(71)씨 등 납북어부 3명이 사건 발생 49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전주지법 형사1부(장찬 부장판사)는 11일 반공법과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각 1년 6개월과 8개월의 징역살이를 한 박씨 등 납북어부 3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 3명 중 박씨를 제외한 선장 오경태씨, 선원 허태근씨는 이미 숨져 가족이 대신 재판정에 나왔다. 재판부는 “유죄 증거들이 수사단계에서 불법구금과 고문 등 가혹 행위로 만들어져 증거능력이 없거나 신빙성이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영창호 선원이던 박씨는 1968년 5월 연평도 근해에서 동료 선원들과 납치돼 북한에 4개월간 억류됐다가 1972년 북한을 고무·찬양하고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는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아 만기 출소했다. 이 사건은 2011년 3월 재심을 통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씨는 또다시 반공법과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8개월간 옥살이했고 이번에 재심에서 두 번째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 피고인이 두 차례의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건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군산 옥도면 개야도에서 나고 자란 박씨는 10대 시절부터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왔다. 1968년 연평도에서 조기를 잡다가 북한 경비정에 끌려가 구사일생으로 돌아왔지만, 이 사건은 박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다. 그는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친 경찰관들에게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 낮이면 여관으로 끌려갔고 밤이면 경찰서에서 물·전기 고문 등 각종 고문을 받았다. 경찰은 며칠 동안 잠도 재우지 않는 등 허위증언을 받아내기 위해 모진 고문을 했다.

박씨는 간첩의 멍에를 썼고 집안은 쑥대밭이 됐다. 이웃들은 간첩이라고 수군댔고 친구들과 술 한잔 할 수 없었다. 지독한 고문을 견디지 못한 박씨가 자신의 동갑내기 친구를 포섭하려고 했다고 한 말이 화근이 돼 친구까지도 간첩으로 몰렸다. 냉가슴을 앓던 박씨는 1980년대 연고가 전혀 없던 충청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는 당시 몽둥이와 구둣발로 얻어맞은 후유증으로 엉덩이뼈와 어깨뼈가 모두 부러졌고 제대로 걸을 수 없지만, 일용직 등 각종 궂은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박씨는 “완전히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이렇게 나이가 먹은 게 억울하다“며 “정부가 너무 야속하고 상처가 너무 커 다시는 고향에 가고 싶지 않다”면서 쓴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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