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분쟁 새 불씨된 이라크 쿠르드 독립…국제유가 변수로

입력 2017-09-28 09:22 수정 2017-09-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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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 분리·독립 투표 움직임이 원유시장의 변수로 급부상했다. KRG가 강행한 주민투표가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정치·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KRG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5일 이라크 동북지역에서 실시된 쿠르드족 분리독립 주민투표 개표 최종결과 92.7%가 찬성표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투표율은 72.6%(309만표)였다. 독립 찬성표가 93%에 이르지만, 이번 주민 투표의 법적 구속력은 없다. KRG는 이번 투표에서 압도적으로 독립국가 수립을 원하는 여론을 확인한 만큼 이를 계기로 중앙정부가 관련된 절차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이날 “KRG의 투표 결과를 놓고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그들의 투표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라크와 함께 분리독립 투표에 반대해온 이라크와 터키 등 주변국 등도 주민투표 후 KRG의 경제 압박에 나서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현재 KRG의 ‘돈줄’인 키르쿠크 유전지대를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키르쿠크는 KRG 자치지역은 아니지만 이슬람국가(IS) 격퇴전 과정에서 KRG 군조직이 이곳을 사수한 뒤 사실상 KRG가 통제하는 곳이다. 이 지역은 이라크가 생산하는 원유의 12% 차지할 만큼 ‘알짜’지역이다. 터키는 이 지역에서 출발하는 원유 수출용 송유관을 차단, 원유 수출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했다. KRG 자치 지역은 하루 65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85%가 터키 송유관을 이용해 수출된다.

이에 투표가 진행된 25일 국제유가는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와 브렌트유 모두 3%가 넘는 상승해 각각 26개월,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정한 산유국의 일일 생산 감축량(180만 배럴)과 비교했을 때 이 지역의 생산량이 많은 편은 아님에도 원유시장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에너지 관련 헤지펀드인 어게인캐피탈의 존 킬더프 창립 파트너는 “터키의 위협이 시장을 놀라게 했다”면서 “외교카드로 석유를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터키의 송유관 차단 경고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리스크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책임자는 “키르쿠크와 제이한을 연결하는 송유관이 영구적으로 차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송유관이 영구 폐쇄된다면 쿠르드족의 경제가 완전히 봉쇄되고 이는 곧 이들이 사는 전역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KRG 분리독립 움직임이라는 변수까지 추가되면서 국제유가가 8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OPEC 회원국의 감산 합의 이행, 미국 허리케인과 중국 원유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원유시장의 펀더멘털이 변화해 시장이 재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80~85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지난 6월 이후 30% 상승, 강세장에 진입했다.

쿠르드족은 수천 년간 독자적 언어와 문화 등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한 번도 자체 국가를 세운 적이 없어 ‘중동의 집시’라고 불린다. 쿠르드족의 인구는 35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들은 이라크는 물론 터키 이란, 시리아 등에서 뿔뿔이 흩어져 있다. 투표 결과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이란과 시리아, 터키 등 주변국이 이번 KRG 주민투표에 날선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국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이 동요할 수 있다는 경계감 때문이다. 특히 터키의 경우 1400만 명의 쿠르드족이 살고 있기 때문에 그간 KRG의 분리독립 움직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도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들의 독립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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