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97. 전기(田起)의 처 고씨(高氏)

입력 2017-09-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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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평범한 일반 관료의 아내

교동현군(喬桐縣君) 고씨는 1099년(숙종 4년)에 평범한 관인 가문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평범한 가문 출신이라는 사실은 그녀의 주변인물 중 사서(史書)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그녀의 가계에 대한 정보는 후손에게 전하기 위해 묘지에 새겨둔 묘지명(墓誌銘)을 통해 겨우 알 수 있는데, 아버지 고종재(高宗載)의 경우 강화도의 교동현 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사실이 없다.

또한 그녀는 전직인(田稷仁)의 장남 전기(田起)와 혼인했다고 전하는데, 시아버지는 물론 남편도 묘지명에만 이름을 전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평범성은 주변인물들이 역임한 관직에서도 유추된다. 시아버지의 최종 관직인 검교소부소감(檢校小府少監)은 종4품 임시직이었고, 묘지명 작성 당시 남편의 관직은 정6품 시상서공부원외랑(試尙書工部員外郞)이었다.

이처럼 비교적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고씨는 18세에 학생 신분인 남편과 혼인하였다. 남편은 혼인 1년 뒤인 1117년(예종 12년)에 고려의 예비시험인 남성시(南省試)에 합격하여 진사(進士)가 되었고, 6년 뒤인 1123년(인종 1년) 본 고시에 합격하였다. 과거 합격 후 4년이 지난 1127년(인종 5년)에 남편이 드디어 청주(淸州)의 하위직에 임명되자, 고씨는 남편을 따라갔는데 그때의 나이가 29세였다.

남편의 임지에서 3년을 보내다 다시 개경으로 올라가 살았으며, 50세가 되던 해인 1148년(의종 2년)에 평안북도 박주(博州)의 관리가 된 남편을 따라 다시 3년을 박주에서 보냈다. 55세 때 잠시 중앙 관직으로 복귀한 남편을 따라 서울살이를 했으나, 4년 뒤 다시 남편의 임지인 전라남도 영암(靈巖)으로 갔다. 그런데 불행히도 영암에 가자마자 중풍에 걸려 반신불수로 3년을 투병하다 62세로 남편의 임지에서 사망하였다. 이것이 그녀의 일생이다.

사실, 그녀의 남편은 특권층 자제와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일반관료의 전형이라고 할 관직 생활을 역임했다. 그녀 나이 25세에 과거에 합격한 점, 합격 후 4년 만에 겨우 관직에 임명된 점, 첫 관직이 당시 초사직(初仕職·최초로 임명된 관직)으로 주로 활용되던 지방의 사록(司錄)이었던 점 등 어느 하나 특이한 게 없다. 그녀는 전형적인 일반관료의 평범한 아내였던 것이다.

다만, 후대의 역사가에게 눈에 띄는 단 하나의 특이한 사실이 있다. 그녀가 25세 되던 해에 남편 전기가 그녀의 양아버지의 전시과(田柴科)를 물려받았다는 점이다. 관직자가 아닌 학생의 신분으로, 그것도 아내의 양아버지가 갖고 있던 전시과를 물려받은 사실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소재를 제공한다. 관직 복무의 대가로 지급된 전시과는 퇴직하면 국가에 반납해야 했다. 하지만 전시를 받지 못한 친인척이 관에 신고하면 해당 토지를 대신 받을 수 있었는데, 전기 부부가 바로 그런 혜택을 누렸던 것이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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