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새 회장 선임 ‘막장 드라마’..금융당국은 '뒷짐'

입력 2017-08-30 10:09 수정 2017-08-3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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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대 낙하산" 혹평 속 진흙탕 싸움..금융당국 “민간에 개입 명분 없다”

BNK금융그룹의 회장 선임 과정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17일과 21일 차기 그룹 회장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열렸지만 도청과 정치권 개입 의혹 등으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달 8일로 연기됐다. 특히 성세환 전 회장이 보석 결정으로 풀려나면서 다음 달 임추위 역시 파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성 회장은 16일 사표를 제출했지만 아직 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복귀하는 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실형 위기의 수장이 금융회사를 경영하는 초유의 사태가 가까운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성 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이 극히 낮고 민간 금융회사 지배체제에 개입할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원장 인사를 앞두고 있는 것이 ‘복지부동’의 진짜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장의 생각에 따라 검사 방향 등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거 ‘KB 사태’에 개입해 곤욕을 치른 전례도 금융당국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BNK금융 왜 이 지경까지 됐나 = BNK금융그룹 회장 자리를 두고 이전투구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올해 4월 들어서다. 성 전 회장이 시세 조종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경영권 공백이 길어진 상황에서 새 정권까지 들어서면서 빈자리를 두고 힘 싸움이 벌어졌다. 우선 성 전 회장 구속 바로 다음날부터 박재경(55) 부사장이 회장직무대행을 맡았다. 박 대행은 성 전 회장과 같이 부산은행 행원 출신이다.

약 4개월 이상 경영권 공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이사회는 6월까지 무죄추정 원칙을 근거로 새 회장 선임과 관련한 의사를 타진하지 못했다. 보석신청이 계속 기각되면서 7월에서야 회장 선임 공모 절차를 개시했다. 이미 4개월 이상 경영권에 공백이 생긴 상황이었다. 그 사이 BNK 내부는 크게 두 부류로 갈려 진흙탕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현재 임추위는 순수 내부 인사인 박 대행과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2010년부터 부산은행과 연을 맺은 정민주(62) BNK 금융경영연구소 대표, 김지완(71) 전 하나금융 부회장을 최종 후보로 올려놓은 상태다. 후보는 셋이지만 사실상 박 대행(내부)과 김 전 부회장(외부)의 구도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부산상고 출신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2기수 선배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서 경제고문을 맡은 인연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금융지주 회장 인사이자 일명 ‘BNK 사태’를 초래한 성 전 회장 측 인물에 다시 그룹을 맡기기 어렵다는 점에서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6명의 임추위원은 현재 박재경파와 김지완파가 3 대 3으로 나뉘어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차기 회장은 임추위원 중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선출된다. 과열되는 경쟁 상황에서 회의장 내 도청 의혹이 일어 부산은행이 아닌 호텔로 회의 장소를 변경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21일 임추위가 결론을 못 내고 18일 후인 9월 8일로 재논의 일정을 잡은 것에 대해서도 김 전 부회장 선임을 위한 시간끌기용이라는 비방도 오갔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지역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자 김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임추위원장 김영재 부산대 교수가 여론 반전을 위해 멀찌감치 재논의 일정을 잡았다는 것이다.

새로운 변수는 성 전 회장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석방된 것이다. 임추위원들 전부가 성 전 회장 시절 선출돼 함께 이사회를 꾸려왔던 인물들로 성 전 회장의 복귀에 일부가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 전 회장 역시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편안한 입지를 가져가려면 본인의 복귀나 측근 인사의 회장 선임이 유리하다고 보고 전력을 다할 가능성이 크다. 16일 제출한 성 전 회장의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로 법적으론 복귀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롯데, 파크랜드 등 주요 주주들의 표심도 갈라져 다음 달 8일 임추위 결과를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BNK금융지주 지분 11.33%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임추위에서 중립을 지켜왔지만 이번 회장 인선 과정에선 박 대행 지지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지분 6.30%를 소유한 3대 대주주 파크랜드 측의 추천 인물인 차용규 전 OBS경인TV 대표는 김 전 부회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낙하산 대 적폐”… 도대체 누구를 선택하나 =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노조와 시민사회의 분노는 증폭되고 있다. 노조는 김 전 부회장을 겨냥해 ‘낙하산 인사’ 반대를 주장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등도 21일 성명서를 내고 낙하산 인사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견해를 밝혔다.

김 전 대표가 은행업 경험이 없는 증권전문가이고 70세가 넘는 노령인 것도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금융 환경에 적응해서 혁신을 이뤄내기 힘들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김 전 대표 대신 박 대행을 선임하자는 논리도 빈궁하긴 마찬가지다. 시세조종 등으로 그룹에 큰 피해를 준 성 전 회장의 측근인 박 대행을 선임하는 것은 적폐를 그대로 안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박 대행은 이장호 전 회장과 같은 동아대 출신으로 부산은행으로 입행해 요직을 두루 걸친 BNK금융의 대표적인 성골로 분류된다. 이사회는 이러한 ‘성골’ 주도 지배구조를 쇄신하기 위해 회장과 부산은행장직,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고 외부 출신에게도 문호를 개방했지만 결국 성 회장 체제와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KB사태 트라우마… 금감원 ‘무기력’ = 국내 자산만 110조 원 규모인 금융지주회사에 내분이 격화되고 있지만 금감원은 아직 개입할 때가 아니라는 원론을 고수하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인 만큼 가능한 때까지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태도다.

2014년 ‘KB사태’에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정치권의 포화를 맞았던 점도 이번 BNK 지배구조 문제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금감원장 인사를 앞두고 있어 금감원 실무진은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의중에 따라 검사 방향이 달라진다”며 “원장 취임 후 대규모 인사가 있을 수 있어 실무진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다음달 8일 임추위마저 파행으로 끝날 경우 약 반 년 이상 지역 대표 금융회사가 경영공백 상태에 놓이게 되면서 금융당국의 개입 명분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성 전 회장이 여러 곳의 눈치를 무릅쓰고 복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금감원 역시 강하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적극적인 개입은 하지 않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당국이 감시를 하고 있다는 점은 BNK 내부에서도 주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사후적으로라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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