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 ‘공’ 넘기는 중앙은행들…힘 빠진 잭슨홀미팅

입력 2017-08-2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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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채 기반으로 한 경기 부양책 효과 지지받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왼쪽),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오른쪽)가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 열린 잭슨홀미팅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만났다. (AP/연합뉴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왼쪽),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오른쪽)가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 열린 잭슨홀미팅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만났다. (AP/연합뉴스)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잭슨홀 미팅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조용히 폐막했다. 각국 중앙은행장들이 통화정책에 대해 입을 다물면서 ‘공’을 정부로 넘기는 모양새였다고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 24~26일 열렸던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이른 바 잭슨홀미팅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것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연설이었다. 두 중앙은행장은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기대했던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함구했다. 옐런 의장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19쪽에 달하는 연설문에서 통화정책과 관련된 언급은 이뿐이었다.

대신 옐런 의장은 금융 규제 완화의 위험성을 지적했고, 드라기 총재는 보호주의를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옐런 의장은 “금융시장 규제의 영향을 평가하고 적절한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융 규제 완화 정책과 정반대의 견해를 역설한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다자간 협력은 자유무역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 경제의 역동성을 고양하려면 우리는 보호무역주의의 충동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 당시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은 “여러분 중 몇몇은 이 자리에 참석하려고 10~15시간을 날아왔다”며 “그러나 어떤 통화정책도 듣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앙은행장들은 전통적인 통화정책과 관한 이야기는 말을 아꼈다.

이번 회의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수장들은 전통적 통화정책을 넘어 무역, 소득분배 및 기술 및 재정 정책의 영향을 검토했다.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잭슨홀미팅에서는 경제 성장을 위한 최고의 방법을 논의해왔으나 올해는 그 부분이 축소된 모양새였다.

주목할 건 지난 25일 논의됐던 부채와 경기 부양책 간의 관계였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의 알란 아우어바흐와 유리 고로드니쉥코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경기가 침체했을 때 부채를 기반으로 한 경기 부양책이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기 침체기에 정부가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기존 논리에 반기를 드는 내용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두 교수는 “경기 하강 국면일 때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두 교수의 연구는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J 브래드포드 데롱 UC버클리 교수 등 여러 연구자의 결론을 뒷받침한다고 FT는 전했다. 데롱 교수는 2012년 경기 침체기 당시 정부의 재정 확장 노력이 효과적이었다고 주장했었다. 퍼먼 전 CEA 위원장도 이번 회의에서 두 연구자의 보고서에 동의를 표했다. 퍼먼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들을 향해 충고를 해왔는데 이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1980년대부터 데이터를 살펴보면 경제가 어려울 때 재정 확장 정책이 경제 성장을 자극할 뿐 아니라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율 및 GDP 대비 부채 비율을 줄였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GDP의 77% 수준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27년에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이 91%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공공 부채 수준이 높다고 주장하며 이를 탕감하기 위한 긴급 조치를 모색 중이다.

한편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옐런 연준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중앙은행장으로서의 역할을 회피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는 와중에 공을 정부로 넘겼다는 이유에서다.

시위자들도 매번 연준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으나 올해는 달랐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반대하는 진보성향 행동주의자들인 ‘FedUp(페드업)’은 4년 전 연준을 향해 빠른 경제 성장을 촉구하고자 설립됐다. 그러나 올해 이들은 연준을 비난하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며 되레 옐런 의장의 유임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경제 회복 기조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일자리가 없는 미국 성인의 비율은 2008년 경제 위기 때보다 높고, 임금 성장률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엘런이 연준에서 떠나면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준 의장에 새로운 인물이 앉으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탓에 시위대들은 옐런 의장이 연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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