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73. 대집성(太集成)의 딸

입력 2017-08-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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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무신정권 후계경쟁서 밀린 ‘최항의 계모’

대집성(太集成)의 딸은 무인집정(武人執政) 최이(崔怡)의 후처이다. 처음 오씨 성의 남성과 혼인했다가 과부가 되었는데,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최이가 후실(後室)로 삼았다. 당시 그녀의 아버지 대집성이 후군(後軍)의 진주(陣主)였는데 비록 패전을 해도 최이를 믿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느 날 대씨가 친정에 가서 부모를 뵙고자 하니 최이는 부하에게 은병 20개를 징수하여 주게 할 만큼 총애를 했다. 그러던 그녀 앞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남편 최이가 죽으면서이다.

1249년 최이가 사망하자 아들 최항(崔沆)이 정권을 이어받았다. 최항의 처음 이름은 만전(萬全)으로 기첩(妓妾) 소생이다. 최이는 애초에 후계자로 사위 김약선(金若先)을 생각했다. 아들들이 천첩 소생인 반면 김약선은 신라 왕실의 후손인 경주 김씨 명문가의 자제였기 때문이다. 최이는 만종(萬宗)·만전 형제를 중으로 만들어 절에 보내버렸다.

그런데 역사는 우연의 연속이라던가? 아주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김약선의 처가 노비와 간통을 했는데, 남편이 알게 되었다. 그러자 그녀는 아버지에게 남편을 참소하여 죽게 만들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최이는 그 일이 무고였음을 알고는 딸과 간통한 종을 죽이고, 그 딸을 죽을 때까지 보지 않았다.

이것이 최이가 후계자를 바꾼 이유의 전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후계자 자리를 놓고 아들과 사위 간에 치열한 경쟁이 있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사위를 죽인 최이는 1248년 만전을 환속시켜 이름을 최항으로 개명해 주고 후계자가 될 준비를 시켰다. 최이의 사망 후 최항은 아버지의 자리에 앉았다.

무인집정이 된 최항은 계모 대씨부터 제거하였다. 지난날 대씨가 김약선의 아들 김미(敉)를 돕고 자기편을 들어 주지 않아서 깊이 원한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최이 아들과 사위의 후계 경쟁에서 대씨는 김약선의 편에 섰던 것 같다. 최항은 대씨의 ‘택주(宅主)’ 작위를 박탈하고 재산을 몰수하였다. 또 대씨의 전 남편의 아들인 장군 오승적(吳承績)을 바다에 던져 죽이게 했다.

그러나 마침 캄캄한 밤이었고, 또 조수가 퇴조되는 때라서 오승적이 살아 나왔다. 오승적은 머리를 깎고 개골산(皆骨山)으로 숨어 들어가 있으면서 어머니 대씨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발각되어 대노한 최항은 오승적을 잡아다가 바다에 던져 죽였다. 또한 대씨는 섬으로 귀양 보냈다가 독약을 먹여 죽이고 대씨의 족당과 노비 70여 명도 죽이거나 귀양 보냈다. 추밀원부사(樞密院副使) 김경손(金慶孫)도 바다에 던져 죽였는데, 김경손은 오승적의 사돈이자 자신과 후계자 경쟁을 했던 김약선의 친동생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수가 대단했던 것은 최이의 후계자 경쟁이 만만한 게임이 아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며, 또한 이 과정에서 계모 대씨가 한 역할이 결코 적지 않았음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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