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냐 일자리냐…18세기 ‘긱 이코노미’가 지금 다시 뜬 이유

입력 2017-07-2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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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개념 사라지고 초단기 일자리 급부상...물질보다 자아성취 중요성 커져

▲영국의 배달 스타트업 딜리버루. 사진 = AP연합뉴스
▲영국의 배달 스타트업 딜리버루. 사진 = AP연합뉴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직을 고용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에 관심이 많아졌다. 일자리 형태가 달라진 것이다. ‘gig’이란 1920년대 공연장 주변에서 필요할 때마다 연주자를 구해 단기 공연 계약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정규직 근로자와는 다른 단기적인 근무 형태를 띤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차량공유업체 우버,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 공유배달업체 딜리버루 등이 긱 이코노미의 대표적인 예다. 최근 영국 정부도 현대 노동관행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테일러 보고서’에서 특히 ‘긱 이코노미’에 주목했다. 한 사람이 한 개의 일자리를 갖고 정시 출·퇴근하는 개념은 오늘날 고용환경을 더이상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BBC에 따르면 전일제로 근무하며 정년이 보장되는 근로자를 뜻하는 ‘정규직’은 인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 만들어진 개념이다. 19세기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정규직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개인이 한 개의 일자리에만 종사하지 않았다. 18세기 서민들의 일기장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영국 맨체스터에 살았던 에드먼드 해롤드라는 남성을 예로 들면, 그의 직업은 이발사였다. 상점을 빌려 고객의 머리를 자르고, 가발을 만들어 판매했다. 그는 남는 시간에는 책을 판매했고, 가끔 경매업자로 일하기도 했다. 동시에 고리대금업자로도 일했다. 자신이 가진 돈을 빌려주고 10% 이자를 받아 수익을 챙겼다. 해롤드와 비슷하게 교사, 농부, 맥아 제조인 등 여러 일을 겸직했던 그 시대 사람들은 중산층으로의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람들의 소득은 불안정했고, 운에 맡겨야 했던 자신의 삶을 ‘테니스공’과 같다고 표현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나서 기업이 노동자를 고용해 고정된 임금을 지급하는 고용 형태가 정착했다. 그러나 최근 200년 전 노동시장의 모습이 부활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정규직 근로자가 줄어들고 프리랜서 개념의 초단기 근로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긱 이코노미가 부활한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 형태에 눈 뜬 근로자들은 일을 단순한 돈벌이 이상으로 여긴다. 자아실현과 성취, 사회적인 역할을 돈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어떤 일을 하느냐는 어떤 성취를 달성하느냐와 연관된다. 이는 곧 인생을 어떻게 꾸릴지를 결정한다. BBC는 물질적 보상보다 감정적인 보람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긱 이코노미를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양한 업무를 원하는 때에 할 수 있는 긱 이코노미를 선택한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서 초단기 일자리에 뛰어든 게 아니다. 개인적인 행복과 열정을 발휘하는 수단으로 긱 이코노미를 이용하는 것이다. 자연적으로 경직된 노동환경은 해소되고 유연성이 향상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긱 이코노미의 성장으로 선순환을 이어가려면 돈보다 성취와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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