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재수(財數)

입력 2017-07-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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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요즈음 젊은이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재수 없어!”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미팅에 나갔다가 엉뚱한 사람을 만나게 된 상황을 설명할 때도 “헐~ 재수 없어!”라는 말을 하고, 예상과 영 다른 시험 문제지를 받고서 당황했던 상황을 설명할 때도 결론은 “아이, 재수 없어!”라는 말로 내린다. 심지어는 주문한 음식이 예상보다 맛이 없을 때도 “재수 없어!”라는 말을 한다. 행운을 잡지 못한 상태, 즉 ‘unluckily’ 상태를 재수 없다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재수는 한자로 ‘財數’라고 쓰며 각각 ‘재물 재’, ‘셈 수’라고 훈독한다. ‘셈 수’라고 훈독하는 ‘數’자는 ‘세다’라는 동사와 ‘셈’이라는 명사에 바탕을 둔 수학(數學), 계수(計數), 지수(指數) 등에 많이 사용하는 글자인데, 이러한 ‘셈’의 개념으로부터 의미가 확대되어 사람의 운명을 셈하는 ‘운수(運數)’라는 말도 나오게 되었다. 이처럼 운수라는 의미를 가진 ‘數’가 재물을 뜻하는 ‘財’와 결합하여 ‘재수(財數)’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재수의 본디 뜻은 ‘재물에 대한 운수’이다. 재물이 생기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따라서 재수라는 말은 나중에 “재물이 생기거나 좋은 일이 있을 운수”를 통칭하는 말로 사용하게 되었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재수 없어”라는 말이 꼭 재물에 대한 운수만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총체적으로 운이 없다는 표현일 것이다. 은연중 자신의 삶을 운명에 맡기고 있다는 내심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노력의 대가보다는 타고난 운에 의해 삶이 달라지는 현상이 많음을 반영한 하나의 유행어라고 생각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웬만하면 ‘재수 없어’라는 운명적인 말보다는 그냥 ‘기분 나빠’ 정도의 일시적 상황을 표현하는 말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비록 세상이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운명적인 차이로 나뉘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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