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슈 따라잡기]최악의 경기침체였던 외한위기, 통화긴축만 하지 않았더라면…

입력 2017-06-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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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요구한 콜금리 맞추려고 시중 통화량 억제…금융시장 경색 심화

올해는 외환위기를 겪은 지 20년이 되는 해로, 당시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최근 방한했던 당시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휴버트 나이스(Hubert Neiss)는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성장 잠재력을 키워 저성장을 극복하고 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소득 재분배와 일자리 창출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외환위기 당시 우리 경제에 고금리가 필요하긴 했으나 금리 인하 시점이 다소 늦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선진국이 재정 확대를 선택한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에 긴축재정을 요구한 것은 실수였다는 발언도 했다고 전해진다.

외환위기 시절 재정이 충분히 팽창적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침체를 충분히 완화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며, 극심한 경기침체를 유발시켰던 직접적 원인은 아니었다.

실질 GDP 성장률이 -6.7%, 설비투자가 -39.3%로 폭락하는 가운데 실업자가 한때 180만 명을 초과하는 등 1998년의 우리 경제가 6·25전쟁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었던 데에는 재정긴축보다 통화긴축이 훨씬 더 큰 원인이었다.

외환 고갈에 따라 환율이 급등하자 이를 억제하기 위해 IMF는 고금리를 요구했으나 IMF가 요구한 금리 수준이 너무 높고 오래 지속돼 연쇄적 흑자 도산, 대량실업, 소비 및 투자 등의 극심한 내수침체가 초래됐다.

나이스는 외환위기 당시 IMF가 긴축재정을 요구했다고 말했으나 1997년 말 IMF가 정부에 가장 처음 공식적으로 요구했던 것은 긴축재정이 아닌 균형재정으로, 공적자금 64조 원의 이자 3조6000억 원만큼의 적자만을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1998년 세입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듦에 따라 통합재정수지 적자폭은 경상 GDP의 4.2%에 해당하는 18조8000억 원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위기를 완충할 정도의 충분한 적자재정도 아니었지만 나이스의 말처럼 긴축재정을 했던 것도 아니었다.

IMF는 21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일일점검이 가능한 지표 세 가지(①콜금리 ②본원통화 량 ③외환보유고)를 매일 충족시킬 것을 요구했는데, 1998년 1분기 중 이미 외환보유액은 초과 달성, 콜금리는 목표 달성이었으나 본원통화는 목표 미달 상태였다.

세 가지 성과 기준(performance criteria) 중 콜금리는 목표 달성, 외환보유액은 초과 달성, 본원통화는 대폭 미달했음은 이 성과지표들이 일관성이 없는 조합이었음을 의미한다.

성과 목표에 일관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본원통화 공급을 늘려 콜금리를 낮춤으로써 내수를 살리는 동시에 내수 증가가 수입을 늘여 외환보유액 실적을 둔화시켜야 했다.

경기 상황에 비해 콜금리 목표가 너무 높다 보니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본원통화 공급을 대폭 억제해야 했으므로 결과적으로 본원통화량이 한도에 크게 미달하게 됐다.

그 결과 단기금융시장에 경색국면이 지속하면서 금융기관들은 단기자금 조달이 매우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극심한 경기침체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지자 대출을 하지 않으려 했고, 경제 전반에 걸쳐 매우 강력한 경기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구제금융이 제공되기 시작하고, 성과지표 조합의 일관성 없음이 드러나던 1998년 1분기 후반부터는 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다고 판단된다.

외환보유액이 204억 달러까지 줄어들었던 1997년 말과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2008년 11월 말 외환보유액이 8개월 전보다 638억 달러에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2005억 달러를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미국 연준이 2008년 10월 FOMC 회의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경제 4개국과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외환 수급 문제가 해결됐다.

외환 수급 문제에서 자유로워지자 정부는 1997년 말 IMF의 처방과는 정반대로 금리를 인하하고 적극적인 적자 예산을 편성해 가면서 위기 극복에 나설 수 있었다.

그 결과 미국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번졌던 2009년, 세계 여러 나라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가운데서도 우리 경제는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우리 경제는 적정한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보유액을 항상 충분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필요시 통화 스와프가 가능하도록 준비해 둠으로써, 향후 유사시에도 정책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IMF 외환위기의 교훈이다.

자료=금융연구원 ‘금융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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