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익과 멀어진 통상 대응

입력 2017-05-0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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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엘리 정치경제부 기자

자유무역협정(FTA)의 존재 이유가 국익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 또는 폐기를 언급하면서 한미 FTA가 수술대 위에 오르게 될 공산이 커졌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곧 불어닥칠 태풍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모든 개연성을 열어 두고 대비한다고 하지만, 트럼프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오히려 “한미 FTA 종료 시 미국도 손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블러핑(허세) 전략’일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차라리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협상 패키지를 구성해 오면 협상에 임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보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대로 라면 한미 FTA 폐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보다 한미 FTA는 미국 측 이해관계자가 농축산업 분야로 국한돼 많지 않다. 미국 입장에선 일부 손해를 무릅쓰고서라도 정치적으로 얻을 게 있을 수 있다. 한국의 선물 보따리를 잔뜩 받고, 얻을 건 다 얻은 다음 FTA를 폐기하겠다고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산업부의 대응처럼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실질 타결된 중미 5개국과의 FTA 협상 테이블에서 산업부의 한 관료가 “장관 지시”라며 “무조건 협상을 타결시켜야 한다고 했다”는 이야기는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관계부처 관료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이다. 협상은 총만 안 든 전쟁인데, 이는 우리 패를 완전히 노출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의 심각성을 미루거나 ‘윗선’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리더십으론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파고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기 힘들다.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에 대비해 지금이라도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우리 측 요구사항도 치밀하게 준비해 한국 경제가 순항할 수 있는 현명한 길을 찾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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