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팩트가 진리는 아니다

입력 2017-04-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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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팩트체크(Fact Check·사실 확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사실(事實)을 진실(眞實)이라고 생각하고, 진실을 진리(眞理)라고 생각한다.

정치, 사회 여러 분야에서는 이 주장이 맞는지 필자의 능력으로는 알 수 없지만, 주식투자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팩트가 진실은 아니며, 진실이 진리도 아니다”고 말이다.

주식시장을 취재하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장기적인 투자 수익을 내거나 낸 사람들의 한결같은 주장이기도 하다.

선박 수주가 밀려 몇 년치 일감을 쌓아두고 있던 조선주만 봐도 그렇다. 당시 조선업종의 엄청난 수주 잔고와 그로 인한 영업이익은 팩트(사실)이다.

하지만 진실은 저가 수주와 분식회계 등 ‘속 빈 강정’이었다. 그렇다면 앞날을 알 수 없는 조선업종을 투자하지 않는 것이 진리일까. 필자의 능력으로는 알 수 없다. 진리를 쉽게 알 수 있다면 소크라테스, 공자, 부처, 예수가 수천 년이 지나도록 4대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테슬라의 주가 급등에 적자 기업이 어떻게 저렇게 오를 수 있냐며 거품이라고 거품을 문다. 테슬라가 적자 기업인 것은 팩트이다. 테슬라를 매매하는 다양한 사람들 가운데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테슬라를 매매하는 사람들 중에는 여러 팩트를 각각의 정보로서 전기차와 테슬라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 그리고는 논리적인 과정의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을 밟고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사실과 진실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그래서 진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사람들은 테슬라 주식을 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판단 과정을 통해 각각의 투자자들은 진실과 진리라고 믿는 대로 매매하고, 그것의 결과가 주가로 나타난다.

주식시장을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자본주의는 자유시장경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팩트가 진실이고 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다양성과 과정을 무시한다. 우리 주식시장에는 여러 규제와 팩트가 진실이고 진리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많다.

인위적인 거래를 통한 주식 시세 조정이나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수익 등 증권 범죄를 엄단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어린아이 다루듯 주식투자자의 투자 방식과 종목 등에 대한 간섭이 지나치다.

개인투자자가 상투를 잡고 손해를 본다는 통계도 하나의 팩트이다. 하지만 이 팩트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상투를 잡고 손해를 볼 때 반대로 수익을 본 개인투자자들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는 고점에 팔았기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가 고점에 살 수 있다는 기본적인 전제 조건을 아예 무시한다.

결론적으로 이 통계는 개인투자자들의 수익에 대한 한 부분의 팩트일 뿐이지 진실은 아니다. 그럼에도 매년 주기적으로 이런 통계로 개인투자자는 상투만 잡는다고 말한다.

한편으론 주식시장은 양반인 듯하다.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허위 과장 또는 짜깁기 된 팩트를 유포하면 주가조작으로 처벌받지만, 정치나 다른 분야에서는 ‘하늘의 별’을 따 준다고 해도 처벌은커녕 찬양을 받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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