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인사이트] 실리콘밸리 멘붕 시킨 ‘45만원’ 와이파이 주스기계

입력 2017-04-2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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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 에반스 주세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주세로
▲더그 에반스 주세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주세로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자들이 ‘멘붕’에 빠졌다. 이들을 멘붕에 빠지게 한 업체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스마트 주스 기계 업체 ‘주세로(Juicero)’다.

주스 기계는 새로울 것 없는 아이템이지만 이 업체는 와이파이를 통해 기계를 스마트폰 앱과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스마트 키친’의 일환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소위 난다 긴다 하는 벤처캐피탈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구글 산하 벤처캐피탈은 물론 지난해 벤처투자자로 변신한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도 이 회사에 투자했다. 이렇게 이 회사가 유치한 투자액만 1억2000만 달러(약 1365억6000만원)에 달한다. 이 회사를 창업한 더그 에반스(50)는 자신을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비교해가며 ‘주스계의 잡스’라고 자칭하기도 했다.

주세로가 주스를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다. 잘게 썬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담긴 주스팩을 기계에 넣어 주스팩을 압축시키면 주스가 추출된다. 쉽게 말해 네슬레의 돌체구스토 캡슐 커피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팩에 있는 내용물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또 인터넷으로 기계가 연결돼 주스팩을 손쉽게 주문할 수 있고, 또 주스를 마신 기록이나 구입한 팩의 유통기한도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 기자가 직접 쥬세로 전용 주스팩을 손으로 짜는 모습. 블룸버그통신은 쥬세로 기계가 짜는 것보다 기자가 손으로 직접 짜는 것이 더 빨랐다고 전했다. 사진=블룸버그 웹사이트 캡처
▲블룸버그통신 기자가 직접 쥬세로 전용 주스팩을 손으로 짜는 모습. 블룸버그통신은 쥬세로 기계가 짜는 것보다 기자가 손으로 직접 짜는 것이 더 빨랐다고 전했다. 사진=블룸버그 웹사이트 캡처

승승장구할 것 같은 주세로에 의문을 제기한 건 이 업체에 투자한 두 명의 투자자였다. 출시된 주세로 제품을 확인하고서야 주세로보다 더 저렴한 ‘대안’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주세로의 강점은 믹서가 없어도 ‘맨손’으로 주스팩을 눌러주면 과즙이 나오는 것이었다. 심지어 블룸버그통신은 기자가 직접 실험해본 결과 주세로보다 더 빠르게 주스액을 짜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세로가 사실상 기계 없이도 주스팩을 짤 수 있는 허술한 형태의 기기를 첨단 기계인 것처럼 비싼 가격에 판매했다는 지적이 빗발치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함부로(lavishly)’ 투자받은 스타트업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초기 책정된 이 기계의 가격은 무려 700달러(약 80만원).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자 가격을 낮춰 현재 400달러에 판매되고 있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유명 벤처투자자들은 주세로에 투자를 했을까. 데이터분석업체 탭스애널리틱스는 “기업가들은 실제로 제품이 존재하지 않을 때 (설명만 듣고) 기술적인 접근에서 투자 유혹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투자자들은 주세로 기계가 투자 설명회 당시보다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주세로를 둘러싼 논란은 테라노스와 함께 실리콘밸리의 혁신이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테라노스는 피 한 방울로 암부터 수백 가지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해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러나 해당 기술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등 논란이 된 스타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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