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서울회생법원이 ‘프리패키지 플랜(P플랜)’을 활성화하기로 해 앞으로 기업 회생 절차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될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은 29일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층 회의실에서 프리패키지 플랜(P플랜) 회생절차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금융위원회와 대우조선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시중은행 관계자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대형로펌과 회계 법인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국내 1호 P플랜 기업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심이 뜨거웠다.
P플랜이란 기업이 채권자와 협의해 사전계획안 등을 만들어 회생절차에 들어오는 제도다. 채무자와 채권자가 미리 협의하기 때문에 회생의 성공 가능성이 높고, 보다 신속하게 절차를 끝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개원하면서 ‘P플랜 활성화’를 목표로 내세우고, 금융당국과 협의 중이다.
심태규(49‧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그동안 회생절차는 ‘기업이 파산으로 가는 길’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며 “회생절차를 오래 진행하면 기업가치가 훼손된다는 시장의 부정적 인식으로 자금 중단 등의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P플랜을 적용하면 사전 단계에서 협의를 충분히 해서 부정적인 시장 인식을 낮추고 좀 더 신속하게 (시장에) 복귀할 수 있다”고 했다. 정준영(50‧20기) 수석부장판사는 “P플랜은 일종의 ‘하이브리드’라고 볼 수 있다”며 “워크아웃에서 원활하게 이뤄지는 협의를 회생절차에 접목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자리에선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을 도입해 회생절차 인가 전 인수합병을 활성화하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스토킹 호스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을 선정해 수의계약을 한 뒤 나중에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나타나면 매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서울회생법원 측은 “모든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면 가능하다”며 “현재 스토킹 호스 등 기업 매각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태스크포스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산법 전문가인 임치용 변호사는 “일반 국민들이 알기 쉬운 용어로 회사를 어떤 식으로 구조조정할지를 공시보고서에 적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미국의 경우 P플랜 적용 시 회생신청 전에 회사의 자산과 부채, 영업상황 등을 적은 공시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다만 이날 대우조선에 대한 P플랜 적용 방안은 논의하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간담회 시작 전 “특정 사건을 언급하는 건 나중에 사건이 진행됐을 때 문제가 될 수 있어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P플랜은 기업과 채권자가 회생절차에 들어오기 전에 신규자금 확보 방안과 사전계획안 등을 만들어 회생을 신청하는 제도다. 법원은 이를 심사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기업가치 훼손 등 기업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생을 인가받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지난해 8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도입했으나 아직까지 적용 사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