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정상배(政商輩)와 정경유착(政經癒着)

입력 2017-03-0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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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전만 하여도 우리 사회에서는 정상배(政商輩)라는 말을 적잖이 사용하였다. 오늘날 네이버 사전은 정상배를 “정치가와 결탁하거나 정권을 이용하여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는 무리”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실지 언어생활에서 이 ‘정상배’라는 말이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정경유착(政經癒着)’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유착은 사물들이 서로 깊은 관계를 가지고 결합하여 있음을 뜻하는 말로 순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엉겨 붙음’이라고 할 수 있다. ‘癒’는 대부분 ‘병 나을 유’라고 훈독하지만 반훈(反訓:반대의 뜻풀이)이 되어 ‘병들 유’라고 훈독하기도 한다.

유착은 본래 의학용어로서 분리되어 있어야 할 생체기관의 조직이 섬유성 조직으로 엉겨 붙어 있는 상태의 병을 표현하는 말이다. 예를 들자면, ‘검구유착(瞼球癒着)’은 ‘안구(眼球) 또는 결막에 궤양이 생겼다가 낫는 과정에서 눈꺼풀과 안구의 결막이 엉겨 붙은 병적인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정경유착’은 정치가와 기업인이 엉겨 붙어 서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병적인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정상배 또한 의롭지 않은 방식으로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는 파렴치한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사회의 병적인 존재로 보고서 호되게 꾸짖는 강도 높은 욕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욕이 욕으로 들리지 않고 오히려 ‘설령, 욕을 먹더라도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서 이익을 취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만연하면서 정상배와 정경유착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다 그런 거 아냐?’라는 투로 용서가 되는 분위기를 이루더니 오늘날 엄청난 재앙이 되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욕은 욕으로 남아야 한다. 정상배는 1960년대 이승만 독재가 무너지고 박정희 독재가 시작될 무렵에 탄생한 수치스러운 욕이었다. 그런 욕은 끝까지 욕으로 작용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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