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서예(書藝)와 캘리그라피(Calligraphy)

입력 2017-03-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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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캘리그라피(Calligraphy)’라는 말이 꽤 널리 사용되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캘리그라피를 배우러 학원에 다니는 경우도 있고, 일부 서예단체에서 공모전에 캘리그라피라는 분야를 신설함으로써 기존의 서예와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캘리그라피(Calligraphy)의 사전적 의미는 그리스어 Kalligraphia에서 유래한 ‘손으로 그린 문자’라는 뜻이다. 붓이나 솔(brush), 혹은 특수한 펜을 사용하여 쓰거나 그린 ‘문자도안’이 캘리그라피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전통의 서예(書藝)는 반드시 동물의 털로 만든 ‘붓’을 사용하여 덧칠이 불가능한 1회성 필획을 연출함으로써 작가의 천성과 학문과 인품과 감정까지를 한꺼번에 담아내는 순간예술이다. 1회성 필획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미술보다는 오히려 음악이나 무용과 더 근접한 순간예술이다.

이처럼 서예는 함양된 ‘그 사람’ 자체를 표출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서예는 곧 그 사람이다[書如其人]”라고 여겨왔으며, 작품에 그 사람이 함양한 차원 높은 ‘서권기(書卷氣)’와 ‘문자향(文字香)’이 배어 있을 때 최상등의 작품으로 평가해 왔다. 문자도안인 캘리그라피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 ‘다름’을 드러내기 위해 서예를 캘리그라피와 구분하여 ‘Chinese Calligraphy’라고 번역해 왔다. 부실한 번역이다. ‘Seoye(서예)’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여 서양에 알리는 게 나을 것이고, 굳이 번역해야 한다면 ‘동아시아의 서예’, 즉 ‘East Asian Calligraphy’라고 번역해야 할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종류의 캘리그라피 중에서 가장 차원이 높은 캘리그라피가 바로 서예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런 높은 가치의 전통서예를 홀시하고 문자도안 개념의 손글씨 기술에 탐닉하고 있는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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