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분양가 잇딴 후려치기', '정직한 청약자들'만 바보됐네

입력 2007-11-15 09:29 수정 2007-11-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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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고, 견실하다는 것은 바꿔말하면 어수룩하다는 말도 된다. 실제로 찾아보면 정직한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기도 하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 같은 일은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택지지구 아파트 분양자가 냈던 학교용지부담금, 학교용지 부담금은 위헌으로 결정돼 사라지게 됐지만 '정직하게' 정부가 내라던 세금을 냈던 계약자는 '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냈던 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반면 끝까지 버틴 미납자들은 모두 세금이 없어지게 됐다.

정부가 하는 일도 이럴 정도인데 민간 건설사는 말할 것도 없는 상황. 업체가 책정한 고분양가에도 '정직하게' 계약을 했다가 대량 미분양이 나자, 미분양 계약자는 싼 값에 같은 집을 사게 되는 경우가 '정직했다가 바보가 되는' 가장 흔한 경우다.

최근 한 건설사는 서울 도심지역에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의 오피스텔 미분양물량을 팔아치우기 위해 분양가를 3년전 분양시 책정했던 가격보다 9% 떨어뜨렸다. 미분양 물량 대부분이 저층 등 비인기 상품이라 분양가를 다소 낮추는 것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당초 3.3㎡당 900만원에 이르는 높은 분양가를 책정했던 이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사람들. 이들 계약자들 역시 이 회사가 책정한 오피스텔 분양가가 주변시세와 비교했을 때 적절하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건설 업계 순위 20위권에 들어가는 이 회사의 이름과 회사가 내세우는 대로 제품의 질을 믿었기에 계약을 했던 것. 하지만 이 회사는 이렇게 정직한 계약자들의 뒷통수를 쳤다.

이 회사는 지난 2004년에도 분당신도시 서현동에 공급한 주거용오피스텔이 입주 때까지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자 역시 10% 가량 분양가를 할인해 팔았던 전력이 있는 '분양가 후려치기'의 선수다. 이에 따라 수요자들은 이 회사 물량은 직접 청약하지 말고 미분양 물량을 노리라고 조소할 정도다. 청약 때 계약하면 터무니 없는 분양가를 고스란히 물게되지만 미분양 물량을 매입할 경우 값도 깎아서 살 수 있는데다 고맙다는 소리까지 듣게 되기 때문이다.

역시 업계 20위권의 한 건설업체는 최근 이 회사에 전국에 공급한 아파트 중 미분양물량 계약자에 대해 승용차를 지급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시가 700만원 가량 하는 승용차를 받게 되면 분양가에 따라 최고 5%가량의 인하 혜택이 뒤따르게 되는 셈. 이에 따라 미분양 물량은 일부 해소됐지만 이 역시 회사가 내건 분양가를 믿고 청약한 '어수룩한' 청약 계약자만 바보가 됐다.

이 같이 업체들의 '청약자들 뒷통수 치기'는 당분간 계속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고분양가를 책정했다 막상 입주때까지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으면 분양가를 '후려쳐서' 분양하는 것은 업체들의 전통적인 수법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고 입주 후 전매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터무니 없는 분양가가 붙은 분양물량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

결국 이들 천덕꾸러기 미분양 물량은 입주때가 되면 분양가가 깎일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물량의 분양가는 상한제 물량의 두 배 가량 되는 일도 있다"면서 "결국 이같은 황당한 분양가로 인해 미분양 적체는 필연적이며, 업체들의 막판 미분양 해소를 위한 '분양가 후려치기' 재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원 계약자들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모든 정당성을 갖춘 업체들에게 상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 이에 따라 아예 인기가 없는 물량은 미분양 이후에 노려보는 것이 '대접받으며' 분양 받을 수 있는 방법이란 자조섞인 한숨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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