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김민희, ‘발연기’와 여우주연상

입력 2017-02-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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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너무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주신 홍상수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가슴에 깊은 울림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전 자랑스럽습니다. 오늘 영화제에서 별처럼 빛나는 환희를 선물 받았습니다.” 은곰 트로피를 들어 올린 김민희(35)다. 그녀는 18일 열린 제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2006년 2월 23일 열린 KBS 드라마 ‘굿바이 솔로’ 제작 발표회에서도 김민희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연기력 부족으로 제작진에게 다섯 번이나 퇴짜 맞고 왜 출연 의지를 굽히지 않았느냐고. 김민희는 “연기력이 부족하지만,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 꼭 출연하고 싶었고 배역이 마음에 들었다. 연기력 문제를 개선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대답하며 눈물을 훔쳤다.

주연 출연 제의가 쏟아지는 톱스타였지만 김민희는 캐릭터 소화력과 연기력의 스펙트럼을 확장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굿바이 솔로’ 조연 캐릭터 오디션에 응했다. 제작진이 연기력 문제로 출연이 힘들겠다고 해 스타로서 자존심이 상했을 텐데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다. 마침내 이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서 의미 있는 도약을 했다. 데뷔 7년 만에 대중에게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영화 ‘화차’ ‘연애의 온도’ 등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여자 주연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데 이어 18일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민희는 한동안 국어책 읽는 ‘발연기’ 배우의 대명사였다. 잡지 모델로 활동하다 1999년 KBS 드라마 ‘학교 2’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해 반항적인 여고생 역으로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 뒤 드라마 ‘줄리엣의 남자’ ‘순수의 시대’, 영화 ‘순애보’의 주연으로 나섰지만, 대사 연기부터 표정 연기까지 연기력에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연기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대중이 좋아하는 이미지를 창출해 수많은 CF 모델로 나서며 화려한 스타로 군림했다. 하지만 배우 김민희에 대한 대중과 전문가의 평가는 냉혹했다. ‘발연기 스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수많은 스타가 인기와 명성, 엄청난 수입에 안주해 연기력 부족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캐릭터 창조와 재현에 문제를 노출해 대중의 비판을 받는다. 인기 아이돌 가수라는 이유만으로 영화와 드라마의 주연으로 나서지만, 기본적인 대사 연기조차 못해 작품을 망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준비 안 된 연기자가 하나의 작품 흥행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연기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대중의 외면을 받아 일회용 스타로 전락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김민희는 달랐다. 자신의 연기력 문제를 절감하며 연기력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는 조연 캐릭터 오디션에 나섰다. 다섯 번 탈락이라는 수모를 견디며 다시 도전해 고질적인 발성 문제를 해결하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연기자로 거듭났다. 스타라는 허명에 갇히지 않고 치열한 노력으로 어떤 캐릭터에도 자신을 맞출 줄 알고 모든 연기를 자연스럽게 표출해 대중에게 캐릭터의 진정성을 전달해주는 좋은 배우가 됐다.

편견에 사로잡혀 배우 김민희를 여전히 저평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한,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 스캔들로 김민희를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김민희의 연기력과 베를린 영화제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폄하해선 안 된다. 그녀는 작품마다 연기자로서 질적 진화를 꾀하고 연기력의 진정성과 캐릭터의 생명력으로 대중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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