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1.8조 먹튀 재현되나… '상법개정안' 회오리 휩싸인 韓 기업

입력 2017-01-3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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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원 분리선출·집중투표제 의무화 파장은

재계가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반기업 정서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를 견제하고 소수‧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수단이 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포함되면서, 외국계 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가운데, 자칫 외국 투기자본의 적대적 M&A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특히 재계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과거 한국 대기업을 대상으로 1조8000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고 떠났던 ‘헤지펀드의 악몽’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집중투표제 복병 =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일반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주주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분리 선출하는 단계부터 3%로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사진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의 영향력이 대폭 축소되는 것이다. 지분 쪼개기(3% 이하)를 통해 의결권 제한 규정을 피할 수 있는 투기자본은 기업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회사 149개 법인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며, 여기에 1주당 의결권을 선출 이사의 수만큼 주는 집중투표제가 결합되면, 헤지펀드가 이사직을 확보해 경영권을 공격하기 수월해진다.

집중투표제는 두 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 후보자 수만큼 의결권을 줘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기’식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두 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 후보자 수만큼 의결권을 줘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기’식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재계는 이들 조항 때문에 기업 이사진 절반이 투기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투기자본이나 소액주주가 힘을 합칠 경우 사외이사로 진출하는 기회를 손쉽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먹튀’ 재현되나 = 지난 2005년 1조 원 가까이 손실이 발생했던 ‘SK-소버린 사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소버린펀드는 SK㈜ 주식 14.99%를 1768억 원에 사들여 2대 주주가 된 뒤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등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렸다. SK그룹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계열사에서 SK㈜ 주식을 1조 원 넘게 사들였고 SK㈜ 주가는 치솟았다. 그러자 소버린은 지분 14.99%를 7559억 원에 매도하고, 배당금과 환차익을 더해 9539억 원을 손에 쥐고 떠났다.

타이거펀드도 SK텔래콤의 지분 6.66%를 매입, 경영진 교체 등을 시도했다. 이어 이듬해 SK 계열사에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6300억 원의 차익을 챙기고 떠났다. 헤르메스펀드는 2004년 삼성물산을 대상으로 적대적 M&A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후, 삼성생명(지분 4.67%)보다 많은 지분(5%)을 사들였다. 그러나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팔아 380억 원의 차익을 거두고 떠나, 먹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적대적 M&A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과도한 자금을 투입하면, 중장기 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 역시 축소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법개정안 시행… 주요 그룹별 이슈는 = 당장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구상 중인 삼성그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가지고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기를 들었던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작년 10월 삼성전자 이사회에 서신을 보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지주회사와 삼성물산과의 합병, 독립적인 3명의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문제는 현행법상 정관으로 배제가 가능했던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외국 자본의 이사회 장악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7.55%를 보유한 삼성생명이며 삼성물산(4.25%), 이건희 회장(3.54%), 이재용 부회장(0.60%) 등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쳐도 18.44%에 불과하다. 지분율의 50%를 넘게 차지하는 외국 자본이 국내 소액주주와 힘을 합쳐 전체 지분의 30%가 넘는 의결권을 확보한다면 이사회의 3분의 1을 확보할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된다.

더욱이 삼성전자 분할과 삼성물산과의 합병 과정에서 신설법인 등에서 감사위원 분리 선출와 집중투표제가 실시된다면 삼성그룹에 대한 장악력은 커질 수 있다.

순환출자 구도로 오너가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경우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에 대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율이 지분율이 낮다보니 배당 대신 사내유보를 많이 하고, 사내유보금이 대규모 투자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차가 올해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약 3조6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전격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집중투표제 등으로 이사회에 진출한 해지펀드 등이 높은 사내유보금을 배당으로 요구할 경우, 대규모 투자 등이 불가능해지면서 그룹 성장동력이 상실될 수도 있다. 또한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선 지분 변동 과정에서 자칫 경영권이 흔들릴 위험도 있다. 기아차 경우 현대차(33.88%)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1.74%)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 상법의 3%룰이 적용되면 오너 일가 및 계열사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4.74%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이미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지주사를 통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경우, 지주사에 대한 경영권 공격은 그룹 전반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23.40%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최기원 이사장(7.46%)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30.89%이다. 개정 상법안의 적용을 받으면 사내이사 감사 선출 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6.02% 남짓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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