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등대가 전해주는 새해 희망의 불빛

입력 2017-01-2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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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의 안전 항해를 돕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무인도에서 등대를 지키는 등대원(항로표지원)들은 해마다 명절이 다가오면 애절해진다. 설을 앞두고 이들의 노고를 위로하고자 찾은 인천 팔미도 등대에서 작년 여름 보았던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1950년 9월 15일 자정이 지난 시각에 팔미도 등대에 상륙작전 개시를 뜻하는 불빛이 밝혀졌고, 연합군은 이 불빛을 매개로 작전에 성공해 전쟁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절망 속에 있던 대한민국의 미래가 팔미도 등대 불빛을 계기로 희망의 순간으로 바뀐 것이다.

예로부터 등대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며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해왔다. 기원전 247년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세워졌던 최초의 등대인 ‘파로스 등대’는 그 높이가 130미터에 달해 50km 밖에서도 등대의 빛을 볼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중해 밤바다에서 배들이 거친 풍랑을 만나 표류하고 있을 때 바닷가에 우뚝 솟은 파로스 등대가 뿜어내는 불빛은 선원들에게 ‘희망’이자 ‘생명’ 그 자체였을 것이다.

1903년 6월 만들어진 팔미도 등대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등대다. 2003년 12월 현대식 등대가 옆에 세워지기 전까지 인천 앞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의 길잡이 구실을 하며 100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오랫동안 수고한 옛 등대는 이제 길 안내자로서의 기능은 잃었지만 과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지방문화재 제40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과거의 등대는 뱃길을 안내하는 용도로만 활용됐으나, 오늘날에는 등대가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에 주목해 ‘등대의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 우선 국토 끝단의 소청도, 격렬비열도, 어청도, 마라도, 독도 등대 등은 영해 기점 무인도서의 감시, 수준점 관리, 불법어업 감시 지원 등 영토 수호의 최전방 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홍도, 가덕도, 부도, 가거도 등대에는 기상예보 및 과학연구를 위한 기온, 수온, 풍향, 풍속, 조류, 파고, 염분 등을 측정하는 장비를 설치해 해양관측기지 역할을 겸하고 있다.

또 바다가 가깝고 지형이 높은 곳에 있어 전망이 탁월한 등대의 특징을 활용해 관광 명소로도 변신했다. 등대를 음악회, 사진전 등이 열리는 국민해양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해 작년 한 해 동안 총 55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 있는 관광지로 변모시켰다. 올해에도 등대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 공모전 등을 개최하고, 등대여권을 만들어 일정한 숫자의 등대를 돌아본 방문객에게는 소정의 기념품을 주는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어느덧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 인근에 경치 좋은 등대가 있다면 가족과 함께 방문해 낭만을 즐기고, 고향을 찾는 이들의 안전한 귀향길을 위해 명절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항로표지원의 값진 수고에 잠시나마 감사를 표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망망대해를 밝히는 등대의 불빛처럼 새해에는 등대의 밝고 좋은 기운이 늘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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