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청와대 재단 출연금 요청, 강요나 마찬가지"…대통령 탄핵심판

입력 2017-01-23 20:12 수정 2017-01-2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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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상근 부회장 증언

(사진=이동근 기자 foto@)
(사진=이동근 기자 foto@)

"요청이든 강요든 기업들이 느끼기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대기업 출연금 모금을 주도한 이승철(58)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23일 대통령 탄핵심판에 나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통령 측 대리인인 채명성 변호사는 "전경련 박찬호 전무는 재단 출연과 관련해 '전체적으로 청와대가 요청한 것인데, 해야 되지 않겠냐'고 반응했는데, 이 자체는 강요로 보기 어렵지 않나"라고 물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연금을 낸 것이지, 청와대가 강제로 모금한 게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한국에서 기업을 하는데 청와대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상당히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당초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7월께 기업들의 출연을 '자발적인 모금'이라고 했다가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는 말을 바꿔 청와대의 강요에 의해 돈을 거둔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청와대에서 지시를 받고 (자발적 모금이라는)인터뷰를 했다"며 "그 뒤로 전경련 해체론이 나오는 걸 보고 자괴감을 느꼈고, 이미 제가 검찰에 갈 땐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이 대략적인 진술을 다 해놓은 상태여서 검찰도 윤곽을 파악하고 있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다급해진 박 대통령 측은 "역대 정권에서도 정부 요청으로 전경련이 재단을 만든 적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 요청으로 기업이 출연해서 재단을 만든 사례는 여럿 있지만, 그렇게 생긴 재단은 모두 돈을 낸 기업들이 각자 운영하지 이렇게 돈만 거둬가는 사례는 전경련에서 일하는 동안 처음 본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1999년 3월 기획본부장으로 영입된 이래 27년 간을 전경련에서 일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청와대 안종범(58) 전 청와대 수석은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300억 원대의 출연금을 내 미르재단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전경련 관계자들과 청와대 실무진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4일 연속 열렸고, 그 동안 출연금 규모는 500억 원, 대상은 16개 기업으로 늘어났다. 재단의 이름과 설립 목적은 물론 향후 운영 방안, 임원구성 등 주요 조직까지 모두 청와대에서 결정한 뒤 사실상 하달했다. 이 부회장은 첫 지시는 물론 500억 원으로 출연금을 늘리라는 지시도 'VIP(대통령)' 의 지시사항이었다고 증언했다. 하루아침에 현대중공업과 포스코, 신세계, 아모레, KT와 금호 등이 돈을 내야 하는 기업으로 지정됐다. 돈을 낸 기업이나 모금을 주도한 전경련은 재단 운영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하지만 대통령 측은 오히려 출연을 거부한 기업들이 있다는 것은 강제모금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그 당시 현대중공업은 3조원 넘게 적자였고, 임원진은 월급도 못받고 있는 상태인데다 신세계는 토요일에 연락을 받고 일요일까지 결정하라고 통보받았는데, 총수가 해외출장 중이었다"며 "할 수 없이 빠진 것이지, 거절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측이 "역대 정권에서 청와대 출연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불이익을 받은 사례가 있느냐, 있으면 말해보라"고 하자 이 부회장은 "제가 모시던 김우중 회장도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에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일이 있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 측은 다시 신세계와 KT, 금호 등이 추가 출연 기업으로 거론된 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한류의 영향을 생각한 면이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이 부회장은 "신세계와 KT는 내수기업이다, 한류와 관련있다고 보기 어렵다. 금호는 항공이니 좀 있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역대 대통령 중에 재벌 총수를 독대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헌재는 25일 9차 변론기일을 열고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후에도 2월1일과 7일, 9일에도 변론기일을 잡았다. 이로써 이번달 31일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박한철 소장은 사실상 최종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헌재는 다음달 1일 모철민 주 프랑스 대사를, 9일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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